질문하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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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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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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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기자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고 하자. 이는 철학자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몇 마디로 짧게 뜻 매김 하는 하는 사람도 있겠고, 책 한 권을 쓰고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터여서다. 접근하기 나름이라는 소리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나이에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은 기자가 있었다. 한국에서 온 신문기자라는 자기소개를 받은 교수가 대뜸 반응을 보이더라고 했다. “기자라고요? 음, 그러니까 질문하는 직업이군요. 지금 당장 나에게 물을 것은 없나요? ” 거침없는 정의(定義)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일주일도 못되는 사이에 한국의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다가 놔줬다. 이 바람에 도토리 키재기 같던 서울시장 후보군이 크게 정리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입이 무거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도 자극을 받은 모양새다. 그는 “정치권이 새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기자들의 빗발치 듯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같은 날 오후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에 대한 견해를 또 질문받았다. 그때 나온 대답은   “병 걸리셨어요?”였다. 기자의 `질문병(病)’이 도졌느냐는  역습이었던 것 같다.
 짧은 물음 하나로 대전(大田)의 선거판세를 뒤집은 저력을 보였던 그다. 더구나  지금은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만인의 눈길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 그가 기자의 `질문병’을 탓하고 나서다니 뜻밖이다 싶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디 아프냐?’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까칠할 필요까지 있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하기야 본인도 이 점을 느꼈는지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절묘하게 파고드는  기자의 질문기술이 창이라면, 짜증나고 까다로운 질문을 에둘러 피하는  정치인의 답변기술은 방패일 터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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