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갈아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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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갈아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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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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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단풍이 막바지로 치닫는 요즘 김장밭은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것만 같다. 김장철을 앞두고 자랄대로 자란 무·배추가 주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제법 풍요롭게 보인다.
 겉보기일 뿐이다. 한겹 벗겨내고 속을 들여다보면 배추받은 한숨덩어리다. 값이 오르면 올라서,내리면 내려서 울고 웃는 모습이 엇박자를 연출한다. 지난해 한 포기에 줄잡아 5,000원이나 하던 것이 올해는 폭락세다. 영덕·안동 같은 배추 주산지 값이 1,000원을 밑돌게 생겼다고 한다. `금추’ `금치’소리를 들어가며 소비자들을 울리더니 올해는 과잉생산 탓에 난리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 농민들의 손끝에선 애꿎은 담배만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벌써 산지폐기방침을 일선 시·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갈아엎어버려야 하는 경북도내  배추밭 면적이 2069㏊나 된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흉작과 올해 늦더위가 과잉생산의 불씨가 된 탓이다. 한 해 걸러 겨끔내기로 치솟았다가,뚝 떨어지는 모양새가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그대로다. 어지럽고 조마조마하다. 농산물을 밭에 심어둔채 갈아엎는 그 심정을 누가 알것인가. 직접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아는 체 하기는 어렵다.
 전국에서 갈아엎어야 할 무·배추는 3만5000t이라고 한다. 이 정도 출하물량을 줄이면 가격이 안정될까? 무·배추 산지 폐기물량은 10㏊당 60만원 안팎으로 보상해준다지만 농민의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하기만 할 것 같다. 애써 기른 정성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니 안타까워서다. `배추밭에 개똥버리 듯한다’는 속담도 있다. 그렇다하나 배추밭이 언제까지나 개똥이나 버리는 곳으로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배추밭이 제대로  대접 받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와야 한다. 농정(農政)이 없는 나라에선 농민도, 소비자도 모두 괴롭기만 하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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