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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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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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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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醬)은 한국식품의 특징이다. 간장, 고추장, 된장이 모두 독특한 맛을 지닌 3형제다.
 간장을 담가서 떠내고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그 된장에 고추, 마늘종, 깻잎 따위를 넣어 장아찌를 만든다. 음식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비빔밥 같아서 흥미롭기도 하다.
 그래서 생긴 말이 `된장(독)에 풋고추 박히듯’이다. 어떤 한 곳에 틀어박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이해조의 `驅魔劍’에도 이 말이 나온다. “그 년이 바람 높은 기색을 미리 알아차리옵고 동대문안 양사골 제 아지미 집 건넌방 속에 임가와 된장독에 풋고추 박히듯 꼭 들여박혀 있습니다. ”
 된장찌개는 김치찌개와 더불어 찌개의 양대산맥이다. 한국인의 입맛이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
 언젠가 영어권 외국여성과 결혼한 한국인이 된장찌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방송에서 들은 일이 있다. 된장찌개맛을 잊을 수 없어 손맛 좋은 이웃 아주머니의 솜씨 신세를 단단히 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투박한 된장찌개라고 해서 아무나 그 독특한 맛을 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누구나 자신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맛이 최고인 줄로 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된장을 헐값에 사들여 되팔기를 일삼아온 장류업자들이 경찰에 걸려들었다. 이들이 경북을 비롯 경남·전남지역 된장공장에서 사들인 폐기 된장은 520t이나 된다.
 드럼(200㎏)당 2만~6만원 주고 사들여 3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5년동안 8억원 상당을 벌었다. 물고기 사료로 쓴다며 사들였다니 구더기가 꿈틀 거리는 폐기 된장도 쉽게 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사들여 구더기를 골라내고 대충 다시 가공해 수도권 전통시장과 5일장에 소규모 단위로 유통시키는 수법을 썼다는 이야기다. 이런 된장을 5년 동안이나 꼬리 잡히지 않고 팔아가며 돈벌이를 해온 게 신기할 지경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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