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하나에 백번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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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 하나에 백번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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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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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화살제작 기능전승자 김병욱씨 
전통화살제작 외길 27년
“가난한 시절 배운 기술이 평생 직업으로 자리잡아”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동에 위치한 `호동죽시’ 공방. 그 곳은 올해 노동부가 선정한 전통기능 전승자 5명 가운데 전통화살제작 기능전승자로 지정된 김병욱(45)씨의 작업장이다. 전통문화 불모지인 포항에 국궁용 전통 화살을 제작을 하는 분이 있다기에 그 열정이 궁금해 그를 찾았다.
김씨는 올해로 27년째 전통화살(죽시·竹矢:대나무로 만든 화살)을 만들어 오고 있다.
 대개 다른 나라의 화살은 목시(木矢)인데, 우리나라는 죽시(竹矢)를 사용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시는 잘 휘고 화살이 멀리 나가지 않는데 반해 죽시는 이런 부분에서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즉, 화살의 성능은 우리나라의 죽시가 최기라고 했다.
 김씨가 전통화살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됐다.
 “열 일곱살 때인가 고향인 연일 유강의 죽세공 부업단지에서 담뱃대와 낚싯대를 만드는 일을 돕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화살 재료를 구하러 온 한 장인을 만난 게 인연이 되었지요. 재미도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그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렇게 나선 길이 평생 화살을 만드는 `화살쟁이’가 돼버린 거죠. 화살제작 스승이 된 김현기 선생님께서는 교죽 솜씨가 타고난 녀석이라고 늘 칭찬을 하곤 했습니다.”
 화살과 인연을 맺은지 그게 스물 하고도 일곱 해를 맞았다.
 그동안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벌이’가 되지는 못했다는 그의 푸념이다.
 하루 꼬박 정성을 기울여도 서너 개 밖에 못만드는 게 전통화살이다. 한 개의 가격이 2만5000원이니 한달 내내해도 200만원 벌이가 어렵단다.
 특히 곧은 대나무, 쇠침, 소 힘줄, 꿩털, 어교(물고기 부레를 끓여 만든 풀) 등 순수한 천연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화살 하나를 만들기까지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개 1, 2월에는 재료로 적합한 대나무를 구한 뒤 3~4개월 정도 말린 다음 무게와 굵기별로 선별한다. 이런 대나무를 숯불에 구운 다음 마디를 다듬고 살을 벗겨 다시 한 번 더 굽는다.
 대나무를 구우면서 굽은 대를 곱게 펴는 일명 `대(竹)’를 잡는 교죽 과정을 거친다.
 김씨는 궁사들도 인정할 정도의 정확한 교죽 실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여전히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화살촉을 붙일 아교를 만들기 위해 부레를 끓이는 일도 손이 많이 간다. 화살의 잡는 촉감을 좋게 하기 위해 붙이는 복숭아 나무껍질은 껍질색이 제일 좋은 백로를 전후한 9월에 채취한다.
 화살의 균형을 잡아주는 깃은 장끼털만을 사용하는데 보통 한 해 1000 마리 정도의 분량을 사용한다.
 이처럼 각각의 재료별로 채취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만큼 재료 구하는 일도 많은 노력이 뒤따른다. 때문에 보통 화살 1개를 만드는데 100여 번이나 손이 가야 한다.
 그는 궁사의 체형이나 습관에 맞는 화살을 만들어 주는`맞춤화살’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지난 20일 한국인력공단에서는 그의 집에 `기능전승자’란 명판을 부착해 주었다.
 이제 그는 명실공히 전통화살 명장이 됐다.
 그는 “기능전승자가 되고 나니 기쁘기도 하지만 세계서 가장 우수한 우리의 전통기능인 죽시 제작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걱정이 크다”며 “앞으로 전통 화살 제작의 맥을 이어가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진기자 d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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