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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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어를 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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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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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의 고통을 가중하는 한국의 교육제도-
 
     배 진 영/(인제대 교수)
 
 얼마전 고려대학교 총창 예비선거에서 어윤대 총장이 예비 후보자 부적격자로 탈락한 일이 있다. 언론에 따르면 어 총장이 영어 강의를 교수들에게 강요하였고 그 결과 교수들이 반발하였다고 한다. 논리 구조가 우리말에 익숙한 나이든 교수들에게 영어로 사고하고 표현하라 하였으니 어찌 반발이 없지 않았겠는가. 그들은 대학 교육에서도 전문 지식보다 영어 습득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풍토를 개탄하였을지 모른다.
 오늘도 영어만을 위해 어린 자식을 외국으로 떠나보내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형편이 못되는 부모들은 한국에서나마 자식의 영어 교육을 위해 헌신을 다한다. 자식이 커서 대우받고 살려면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국제화와 세계화를 정확히 개념화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사실을 느낌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죽자꾸나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성장은 이런 헌신적인 부모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자식들의 영어 실력이 형편 없다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우리 언어 구조가 영어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우리 교육제도에서 찾고 싶다. 교육제도가 어떠하냐에 따라 국민이 매달리는 영어 교육의 수고를 덜 수 있있다면, 이런 시스템 문제를 개선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다.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 인프라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영어학원은 도처에 널려 있어도, 내 자식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정성을 바치는 영어학원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실시하는 영어 교육은 영 미덥지 않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데 일주일에 고작 1시간 20분 정도만 하는 초등학교 영어시간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지 선생님들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일주일 168시간 중 영어를 떠올리는 시간이 1시간 20분 뿐이고 나머지 166시간 40분은 한국말에 묻혀 있다면 영어구사가 가능하겠는가.
 조기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은 하루 종일 영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영어 교육기관이 국내에 있어주기를 원한다.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국내에 있다면 부모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한 아주 중요한 또 다른 선택의 대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교육을 개방해서 안 된다는 명분 밑에는 교육 생산자인 교사와 관련 직원 그리고 교육 관료들의 입장이 움츠리고 있다. 이런 명분에 집착하여 언제까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어야 하겠는가. 교육개방은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국내 교육기관들에게도 경쟁을 부추겨 보다 질 좋은 교육을 우리 자녀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경제자유구역이 부산, 인천, 광양 세 군데가 있으며 국제자유도시가 제주 한 군데 있다. 이 지역들에서는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들 중 외국교육기관 유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은 인천뿐이다. 인천만이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배후에 서울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제도는 학생들의 장점을 일찍 발견하고 여기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짜여야 한다. 평등 교육은 부모들에게 자기 자식이 영어에 능통할 수 있고 일류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준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거의 14년간이나 이런 허상 속으로 몰아넣으니, 엄청난 자원낭비와 우리 자녀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평등교육이라는 미명아래 경쟁이 아주 덜해진 듯하지만, 실제는 전국에 있는 자기 또래의 모든 학생들과 동일한 목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던 것이다.
 우리 중에는 어학에 자질이 있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직장도 영어가 능통한 자를 원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영어 구사에도 일상 회화만을 요구하는 집단이 있는 반면 아주 전문적인 영어 수준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그때부터 자신만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경쟁시스템을 우리 교육에도 도입한다면, 우리 모두가 영어 때문에 겪는 고난과 고통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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