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눈엔 미얀마 인권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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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눈엔 미얀마 인권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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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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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영 태/(전 서울대초빙교수, 치의학박사)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얀마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 연금 해제를 촉구하겠다면서 주한 미얀마 대사관을 방문하고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그러자 미얀마 대사관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수치 여사 연금해제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비서관을 통해 밝혔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인 아웅산의 딸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연금과 해제를 되풀이 하며 탄압을 받고 있다.
 DJ가 미얀마 민주화와 수치 여사에게 관심을 표해온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수치 여사 탄압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고 국제적으로도 여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평생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신념을 받친 DJ로서는 어울리는, 그리고 적합한 운동이기도 하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도 의당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DJ의 미얀마 인권과 수치 여사 안위에 보내는 관심과 애정을 지켜보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된다는 데 입맛이 씁쓰레 하다. 그 이유는 그가 북한 인권에 대해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발언하고 접근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의 눈에는 미얀마 인권만 보이고 동물 이하의 북한 주민 인권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북한 인권개선 결의안만 유엔에 제출되면 꽁무니를 빼고 기권해온 DJ 정부 아니던가.
 북한 인권은 세계 최악이다. 미얀마도 마찬가지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로 최악의 위험국가인 북한의 인권탄압은 범죄 수준이다. 미얀마보다 덜하다고 결코 할 수 없다. 그런데 노벨평화상을 받은 DJ가 미얀마로 달려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 반면 그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땅을 밟고도 북한인권에 대해 단 한마디 했다는 보도를 본 바 없다. 그리도 내세운 `민족’과 `동포’보다 이민족인 미얀마가 더 걱정됐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인권은 사상 최악이다. 90년대 고난의 시기에 수백만 명의 인민이 굶어 죽었고, 비슷한 인민이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었다. 국제 난민이 된 탈북자들은 매춘부로 노예로 중국과 동남아를 떠돌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또 먹을 것이 없어 떼지어 범죄로 생계를 유지하는 북한 `꽃제비’들의 행렬도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다. 공개총살형은 일상화됐고, 잡혀온 탈북자들은 아예 동물취급을 받으며 인민군 노리개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DJ가 관심을 갖는 미얀마 인권문제는 수치 여사 연금 뿐이다. 인민이 굶어 죽었다거나 총살당했다는 보도가 북한만큼 빈번하게 나오지도 않는다. 결국 DJ의 머릿속에는 수치 여사 뿐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미얀마 인권도 문제지만 그래도 김일성-김정일로 부자 권력세습이 이뤄지고, 이제 다시 그 손자에게 권력 이양이 시도되는 북한보다는 낫지 않은가.
 DJ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정상회담도 수억 달러의 대가를 바친 끝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더니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핵실험을 해도 그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식이다.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에 쏟아부은 돈은 마땅히 인민을 위해 투입돼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식이다. 이 뿐인가. DJ는  열차를 타고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수차례나 국민들 앞에 공언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짝사랑으로 그쳤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국제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위상을 제고하려는 그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라면 일관성과 보편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미얀마 인권은 국제문제니까 앞장서 문제삼고 북한문제는 김정일이 신경쓰여 입을 다문다면 진정한 인권운동가라 하기 곤란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는 북한 주민 뿐만 아니라 남한 국민, 한민족 전부의 인권을 붕괴시킬 북한 핵무기 개발 자금을 대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DJ가 진정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라고 자부한다면, 민족 공조 운운하며 북한 김정일 정권만을 두둔하지 말고,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이나 고통스러운 삶을 구해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난 뒤 남의 나라 민주화에 신경을 쓰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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