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 이야기’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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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이야기’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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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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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연 / (언론인)
 
일제 패망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피신하는 일본인들을 한국인들이 학대한 것처럼 기술한 소설 `요코 이야기’가 미국 전역에서 중학교 교재로 사용되고 있어 한인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부모들이 교재사용 금지 운동을 펼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 6년 간 복역한 일제 전범의 딸인 요코 가와시마씨가 쓴 이 자전적 소설은, 특히 대부분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 일제 당시 한국인들이 선량한 일본인들을 위협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도 한참 바뀌었기 때문이다. 35년 간의 식민통치 하에서 한국인들이 받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황당무계한 소설은 나올 수 없다.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해석이나 주장은 학자나 작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사실(fact)에 근거를 두지 않은 해석이나 이야기 전개는 궤변이나 날조에 불과하다. 아무리 소설이 허구(fiction)라고 해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뿐이다. 이런 책이 상당수 미국의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국도 깜빡 속아넘어간 셈이다.
`요코 이야기’는 11세 소녀 요코가 2차 대전 말기 전쟁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난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 나치 치하 유대인들의 고난을 적나라하게기술한 `안네의 일기’를 본뜬 듯하다. 그러나 안네는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 소녀로 실화이지만 요코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저자는 오빠와 관련된 2가지만 빼고 모두 실화라고 주장하지만 요코가 살았다는 함경북도 나남(청진시) 지역에 대한 미군 B-29 폭격, 나남을 떠난 요코와 어머니, 언니가 인민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죽은 인민군의 군복을 벗겨 입고 다녔다거나 남한에 도착해 요코 모녀가 일본군이 장악하고 있는 대명천지 한국에서 성폭행 위협을 당했다는 것 등 믿기 어려운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저자가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했거나 왜곡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대목들이다.
`교묘한 가면’을 쓴 이런 소설이 미치는 폐해는 엄청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은 미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지영선 보스턴 총영사는 “역사를 왜곡한 이 책이 미국 어린이들에게 `착한 일본인, 나쁜 한국인’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으며 이 책 때문에 한인 학생들이 학급에서 고립되고 곤란에 빠지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교재로 쓰는 학교의 한인 학생들은 정신적 충격과 괴리감, 자괴감을 느끼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까지 부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당국과 재미동포사회는 하루빨리 이 책이 더이상 수업 교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미국 당국에도 강력히 요청할 필요가 있다. `요코 이야기’가 서울 시내 외국인 학교에서도 역사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국내에서도 교재 사용 중단이 시급하다.
`요코 이야기’는 한 재미번역가의 번역으로 2005년 4월 국내에서도 출간돼 최소 3000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국내 출판사는 “이 책이 역사책이 아니라 문학책이고 다양한 시각의 책을 소개하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야기 배경으로 전개된 역사적 사실의 진위 여부를 역사학자로부터 감수받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판 뒷표지에 이 책이 1986년 뉴욕타임스 등의 우수도서에 선정됐다고 잘못된 내용을 소개하고 요코씨의 아버지가 시베리아에서 6년을 복역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출판사의 후기가 빠진 데 대한 출판사의 해명도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네티즌들은 2년 전 일부 언론에서 이 책을 긍정적으로 소개한적이 있다며 언론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점을 질타하고 있다. 번역가나 출판사는 물론, 언론계가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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