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에 들어간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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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속에 들어간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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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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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 10년의 회고-
 
 
     정 규 재/(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10년 전 외환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았던 사람은 없었다.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IMF 구제금융을 한도를 정해 놓고 쓰고 갚는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과 비슷하게 이해했던 것 같다. 때문에 그는 구제금융 협상에 나섰던 후임자들의 무능을 책망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만든다고. 그렇게 외환위기가 왔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질문들은 바로 그 때문에 나왔던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보고했다면 알고 모르고를 따지면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급진적 우파 개혁과 그것에 반응하는 평등 분배주의적 반동의 힘이 번갈아가면서 나라를 흔들어놓고 있다. 정체도 불투명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고의적으로, 중의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 이념적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론자와 분배론자들의 긴 투쟁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막을 올렸다.
 금융 개방은 당연하지만, 한국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개방된 나라는 없다. 미국에 상업은행 소유권이라는 큰 먹이를 던져주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해먹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졸지에 한미 FTA 추진을 들고 나선 것과 논리구조가 비슷하다. 한미 FTA를 책상 위에 의제로 놓고 있는 동안은 미국도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위기 수습 과정에서 관료 조직은 오히려 칼자루를 쥐게 되었다. 수습되어야 할 세력이 수습의 칼날을 쥐면서 관료들은 외환위기 원인을 기업의 경영실패로 돌리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반기업 정서는 관료들과 반시장 세력이 전개해왔던 대대적 캠페인의 결과다. 대주주 혹은 창업자라는 말은 거의 범죄인이거나 악당 이름처럼 불리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그렇게 사망선고 받았다. 기업을 키우면 키운 만큼 증권시장에서 탈취당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참여연대 같은 조직을 결코 시장경제주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분배와 복지를 요구하는 세력들이 월가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적의 적은 동지라는 열등의식의 결과다.
 그렇게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관속에 들어갔고 누군가가 관 뚜껑에 못을 박았다. 그 결과가 투자부진이다. 2001년 이후 2005년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2%에 그쳤다. 투자가 없으니 일자리가 없다. 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대주주에 대한 규율, 증권시장의 과도한 펀드 자본주의 등등이 모두 조절되지 않으면 장기적 성장은 더이상 없다.
 노무현 정부가 개혁에 반동이라는 것은 반외세 민족주의, 반 국제주의, 분배주의, 반경쟁 체제 등의 국정 운영 철학에서 입증되는 그대로다. 대신 시민사회단체들의 논리가 정당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입만 열면 사회적 합의를 부르짖지만 사회적 합의란 것이 무엇인가. 수요 공급 질서에 의해 성립되는 시장가격 외에 사회적 합의라는 말은 전부 거짓이다. 진정한 사회적 합의가 바로 가격이다.
 공직에 한 자리라도 하려면 시민단체에 걸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노동그룹이 강화되고 반개방 민족주의가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서비스 산업에 일자리가 생길 수 없다. 전교조는 교육의 혁신을 막고 교육시장의 일자리를 봉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거대한 비정규직을 만들어 내는 역기능을 노정시키고 있다. 강고한 이익집단들이 더 강고해진 것이 노무현 정부이고 그것은 역시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반 개방정서와 반 경쟁심리 탓이다. 시장경제는 악당들의 이름처럼 되고 말았다.
 좌파들의 득세도 바로 외환위기가 만들어 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를 개혁 정부라 부르지만 그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반동으로 성립된 것일 뿐이다. 외환위기의 부산물로서 성립한 것이 오늘날 한국의 이념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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