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정면 대립각을 세웠다.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실물경제에 밝고 국민들도 이점을 지지하는 현실을 전면 부정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연말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다음 시대정신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라고 하는 데 경제정책은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한다거나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전 세계에 경제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 전시장으로서는 다소 모욕을 느낄만도 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97, 2002년 대선에서 지지율 1위 후보가 떨어진 점을 거론하며 `이명박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97년 대선 때도 1위 후보가 떨어졌다. 지난번(2002년 대선)에도 지지율 5% 아래 있던 내가 후보가 됐다”고 주장했다. “내가 후보가 된 게 (2002년) 2월 말, 3월 초인데 그 뒤 내가 바닥까지 갔다 올라왔다릳며 “이제는 막판에 바로 올라가도 되지 않나”고 정권 재창출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릳고 승부사다운 기질을 발휘했다.
과연 노 대통령은 선거막판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또 과연 이 전 시장 지지도가 `물거품’에 불과한 것인가? 현단계에서 이 전 시장 지지도가 거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 선거 당일까지 이 지지도가 유지된다고 확신하기도 힘들다. 노 대통령이 현직에서 이 전 시장의 당선을 방해할 경우 그 장벽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전 시장 지지도 추이를 보자. 2006년 9월을 기점으로 그의 지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른바 `이명박 대세론’이 자립잡았다. 올 들어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50%에 달하는 지지도를 보이기도 했다. 역으로 이 때문에 이 전시장 대세론이 2002년 `이회창 대세론’처럼 물거품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과 성격이 다르다. 2002년 대선 1년 전 시점인 2001년 12월~2002년 2월 이회창 전 총재 지지도가 약 40% 내외였던 것처럼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도 역시 4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은꼴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높다. `이회창 대세론’이 나오던 2001년 말부터 2002년 초까지의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는 30%대였다. 새천년민주당은 20%대로 양당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현재 한나라당 정당지지도는 40%를 상회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10%에도 못 미칠 만큼 초라하다. 양당 격차가 매우 극심하다. 결국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처럼 쉽게 물거품처럼 꺼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이명박 대세론이 대선까지 유지될 것인가. 이 전 시장으로서는 경계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현재의 이명박 대세론은 사실 `한나라당 대세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대권 주자 가운데 앞서가기 때문에 힘을 모아주는 이른바 `밴드왜건효과(bandwagon 效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얻은 지지는 결집력이 약하다.
또 이 전 시장의 약점도 지지도를 출렁이게 만들 수 있다. 재산문제와 병역문제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실제 이 문제들은 후보 도덕성과 관련된 이슈로 역대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다. 그를 향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 가운데, 재산문제나 병역문제와 관련해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동반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전 시장으로서는 대세론에 안주하고 경계를 늦출 경우 언제, 어떤 비수가 날라올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그건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모두 엄격한 몸가짐으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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