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천정배 의원의 탈당을 둘러싸고 추측이 만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근본적 실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12월 대선에서 `깜짝쇼’를 위한 `위장 이혼’이라는 설까지 자욱하다. 참여정부 실패에 공동책임이 있는 천 의원 탈당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창당주역일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다. 당 원내대표를 맡았고, 법무장관으로 노 대통령과 호홉을 맞춰온 사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비난하며 결별을 선택했다.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천 의원은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 노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는 원내대표시절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섰고, 법무장관으로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 `불구속’을 지휘함으로써 국가보안법 무력화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들었다. 이런 행적이 참여정부의 지지도를 추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본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탈당했으니 `짜고 친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천 의원에 이어 탈당을 예고한 염동연 의원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언젠가는 열린우리당과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폐가나 다름없는 열린우리당을 떠나 밖에서 살림을 차린 뒤 국민들의 시선을 헷갈리게 하면서 다시 모여 대통령선거에 나서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민들도 이젠 2002년의 학습효과가 있다. 정치장난이나 깜짝쇼에 넘어갈 국민이 아니다. 참여정부 실패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천 의원 같은 인사가 `장관직’이라는 `단물’만 빨아 먹고 배신하듯 열린우리당을 떠난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봤는가. 행여 위장이혼으로 연말 대선을 다시 뒤흔들 요량이라면 진작에 포기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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