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조폭이 활개 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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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조폭이 활개 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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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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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연 / (언론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이 내놓은 국내 폭력조직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조직폭력배(조폭)들의 사업 영역이나 수입 규모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조폭들이 이렇게까지 `발전’해서 아직도 활개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보고서에는 국내 조폭들은 유흥업소, 오락실, 게임장, 도박장은 물론 건축·부동산개발, 사채업·채권추심업, 입찰·경매, 연예사업, 직업소개·용역(경비)업, 노점상 등 영세업자 갈취, 농수산물·공산품 등 유통업, 기업인수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조폭들이 운영하는 대표 사업의 연간 수입은 적게는 1억~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전통적 `갈취형’에서 `기업 위장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조폭들이 대부분 사행산업을 위주로 평균 3.9개의 업종에 진출해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및 경품용 상품권 사업이 번창하도록 정부가 방치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폭력조직은 조직원들에게 월 평균 400만원 가량을 주고 있으며 두목·부두목·행동대장은 30~60평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골프를 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월급 400만원은 웬만한 기업의 부장급 월급보다 많다.
 요즘처럼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세상에 구직자들의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형정원이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서로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 10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조폭들은 `전문지식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어서’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니까’ `영업수지가 나쁘면 손을 쉽게 뗄 수 있어서’ `당국 감시를 쉽게 피할 수 있어서’ 이런 사업에 손을 댔다고 답했다. “조직원 간에 돈 계산은 매우 철저하다. 조직은 재산을 공유재처럼 쓰지 않는다”고 증언한 점도 과거 조폭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해외로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조폭들도 늘고 있다고 하니 `조폭의 글로벌화’라는 말도 나옴직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 조폭들이 마약 사업에 대해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대부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 보고서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폭력조직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다.
 보고서는 수사·사법당국의 허술한 규제 체계와 조폭을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 조폭들을 우호적으로 보는 일부 왜곡된 국민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즉, 낮은 구속률과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 등이 조폭들에게 `생존환경’을 조성했고 폭력배들이 `의리를 중시한다거나 남자답다’는 등의 왜곡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조폭들이 사회에 기생하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성인남녀 71%가 조폭에게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열명 중 1명이 법에 의지할 여건이 안되면 조폭을 이용하겠다고 말한 시민의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병의 원인이 밝혀졌다면 처방은 분명해진다. 조폭을 뿌리 뽑기 위해선 우선 폭력조직의 사회적 위협성을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흥행이 된다고 해서 조폭을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마구 쏟아져 나와선 곤란하다. 폭력조직의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자금원 차단, 범죄이익 몰수 등의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자금 추적을 위한 광범위한 수사허용, 금융기관 신고 강화 등이 필요하다. 조폭 사범이 대부분 청소년기에 불량서클에 가입하거나 학창 시절 처벌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이들이 폭력조직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을 체계적인 선도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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