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아내의 습관성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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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아내의 습관성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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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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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 (언론인)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의원 23명은 지난 6일 집단탈당 하면서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이 잘 사는 미래선진 한국 건설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 통합 신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어봐야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미래선진 한국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3년여 집권당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할 것을 두려워해 난파선에서 뛰어 내리는 모습이다.
 그들에 앞서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3인중 하나인 천정배 의원도 떠났다. 또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염동연 의원도 탈당했다. 그들은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을 깨고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 노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또 다시 탈당한 것이다. 바람난 아내의 습관성 가출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탈당한 천정배 의원 중심의 `민생정치 준비모임’이 결성됐다. “미래지향적 민생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고 대선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 말 역시 `열린우리당은 미래지향적 민생평화개혁세력이 아니다’고 만방에 선전하는 꼴이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각종 법안의 국회통과를 독려했고, 또 참여정부 법무장관으로 국가보안법 무력화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열린우리당만 배척하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탈당파들을 향한 열린우리당 잔류파나 사수파의 비난은 만만치 않다. 노 대통령이 전면에서 이들을 비난했다. “당 깨고 나가서 잘되는 것 못봤다”는 직설적 비난이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급조한 과거를 돌아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일단 탈당파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짜증이 우러나온다. 그러나 노 대통령 직계 일부를 빼면 열린우리당 탈당파나 잔류파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인상을 숨기기 어렵다. 나가는 쪽은 “통합의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겠다”고도 했다. 잔류파는 “통합신당의 성공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왜 당을 깨고 나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 탈당소동은 한편의 `개그’로 보는 국민 시각이 다수다. 그래서 나오는 게 `위장이혼의혹’ `기획탈당설’이다. 빚쟁이들이 덤벼들자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위장이혼한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바람난 아내의 상습 가출보다 더 부도덕하다.
 위장이혼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도 궁금하다. 일단 탈당파들은 원내교섭단체를 만든다고 한다. 천정배 의원은 이에 불참한다고 했다. 탈당파들이 각자 몸집을 불리는 작업에 들어가는 순서다. 염동연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을 외쳐왔으니 호남을 포섭하는 역할이 맡겨졌는지 모른다. 김한길·강봉균 의원에게는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임무가 맡겨진 눈치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떠오르면 열린우리당 잔류파와 극적으로 다시 손잡는다는 시나리오다. 외부인사는 열린우리당내 김근태 정동영 유시민 한명숙 의원 등과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더 극적으로 후보에 추대할 것을 구상하는지 모른다.그래서 이들의 탈당소동에서 정치공작의 냄새가 풍겨온다. 각본에 따라 척척 진행되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다. 시민단체들이 `미래한국’이니 뭐니 하며 조직을 만든 것도 수상하다. 어용 냄새가 진하다. 더구나 탈당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한나라당은 그 반대로 수십억원을 뺏기게 된다.  바람나 가출한 아내가 남발한 카드대금을갚아주어야 하는 남편 꼴이다.
 탈당파나 잔류파가 외치는 `민주평화세력’구호도 듣기 거북하다. 그들은 열린우리당 창당 때도 똑같은 주장을 내세웠다. 그리고 각종 선거에서 참패할 때마다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외쳤다. 집권한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화세력의 결집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4년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라는 정치쇼에 속은 학습효과가 있다.`바보 노무현’을 내세운 깜짝쇼의 약효는 이미 끝났다. 정상적으로, 제정신으로 선거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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