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힐러리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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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힐러리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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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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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대권 도전을 두고 말이 많다. 여자가 국정을 수행할 자질이 있느냐 하는 게 초보적 의문이다. 이런 의문은 그러나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여성 지도자가 훌륭한 리더십을 보인 예는 많다. 다만 가부장적 가치관에 젖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을 뿐이다. 전례는 만드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가열되는 모성정치 논쟁은 힌트를 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힐러리 상원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미국 여성들은 두 여성 정치인의 역할에 충격을 받은게 사실이다. 두 사람은 어머니로서 혹은 할머니로서의 역할을 통해 정치에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를 심었다.
 이들의 역할을 놓고 모성 정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공방이 갈수록 도를 더해간다. 미국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미국에 모성정치가 출현할 때가 되었다고 전망했다. 미국 사회에서 고위 공직, 특히 대통령자리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오랫동안 다소 억울한 충고를 받아야 했다. 여성의 부드러움은 될수록 죽이고 강인함을 보이라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여성이 국가를 리드할 만큼 강인해질 수 있느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의 여성문제 연구그룹 에밀리 리스트는 1988년 내부 보고서에서 여성 후보자들은 자질과 힘과 강인함을 유세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다이앤 페인스타인은 1990년과 1971년 “강인하되 자상한 여성”이란 슬로건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런 저돌적 후보들도 여성은 나약하다는 의구심을 없애느라 고전했다.
 일부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당연시 한다. 워싱턴 주 민주당 상원의원 패티 머래이는 1992년 “테니스화를 신은 어머니” 이미지를 내세워 남성 정치인들의 멸시를 일축했다. 그러나 15-20년 전까지도 여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유보심리는 상당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심했다.
 지금은 여성들이 수세에 몰릴 이유가 없다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견해이다. 유권자들은 여성이 고위 공직에 진출하는데 어지간히 익숙해졌다. 펠로시나 힐러리 같은 여성 정치인들이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오랜 기간 대중 앞에 노출되어 권력의 속성을 익혔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여성으로서의 강인함을 입증할 필요는 없어졌다.
 힐러리의 대통령 자질은 최근 CBS 여론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조사에 응한 남성의 64%는 힐러리가 리더십을 갖췄다고 대답했다. 여성의 긍정적 응답은 74%나 되었다. 민주당 참모이며 페인스타인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빌 캐릭은 “세상이 변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강인한 모성과 아이를 키우는 사랑은 정치적 덕목이 되었으면 되었지 약점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여성 후보를 `인간화’하는 동시에 유권자와 연결시키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모성 정치의 찬가를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하지만 펠로시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아이 다섯을 키워냄으로써 행동으로 모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힐러리는 아이는 하나를 키웠으나 법대 졸업 후 아이들의 권리를 신장하는데 생애를 바쳤다. 이런 기록은 여성 정치인에게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결코 감출 일은 아니다. 어머니로서 이들의 힘은 실제 유세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 문제는 여성의 미덕을 어떻게 유권자들의 가슴에 심느냐 하는 것이다.
 부시는 2000년 대선에서 초당적 우정과 연대를 내세웠고 펠로시와 힐러리는 모성애를 부각시켰다. 작년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비정하고 세금이나 올리는 사람이라고 펠로시를 헐뜯었으나 그녀의 모성 이미지 속에 묻히고 말았다. 힐러리도 믿을 수 없고 냉정하며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저력이 있고 지적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여성인 박 전 대표에게는 `여자가 여성을 찍지 않는’ 우리나라 여성유권자들이 큰 장벽일 수 있다. 또 이명박 전 시장이 주장했듯 “지도자가 되려면 애를 낳고 키워봐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물며 “여자가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은 일종의 음해에 해당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역면제가 석연치 않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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