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를 믿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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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를 믿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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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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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뉴스
 
 
 베이징 6자회담에서 도출한 합의의 핵심은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해 폐쇄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폐쇄가 `포기’는 아니다. 때문에 1994년 제네바 합의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은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 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동결(freeze)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고, 그 후 해체작업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합의해 놓지 않는 바람에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완전한 합의였다.
 이번 2ㆍ13 베이징 합의에서도 과거 제네바 합의처럼 몇 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합의의 최대 성과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점이다. 타결 내용도 제네바 합의 때보다 구체적이다. 플루토늄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대가로 5만t의 중유를 주기로 했다. 이행 기간도 60일로 못 박았다. 가동 불능 상태인 불능화(disabling)조치를 취하면 추가로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에너지와 식량 등을 제공한다.
 그런데 불능화 조치에 대한 시한이 이번 합의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에너지ㆍ경제ㆍ인도적 지원과 연계시킨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무(워킹)그룹에서 이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변 5㎿ 원자로 및 재처리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의 구체적 내용 및 수준을 놓고 북한과 5개국 간의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높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핵 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한 경제, 에네르기(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논란을 부채질했다.
 기존 핵무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합의문에 적시되지 않았다. 다만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표기돼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 시설과 핵무기를 별도 사안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북한이 이미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핵 물질은 논외의 사항이다. 북한은 최대 44㎏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며 핵무기도 1~2개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핵 관련 위험성이 제기되는 모든 관련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플루토늄이나 핵무기를 제대로 신고할 지는 의문이다.
 더 폭발력이 강한 사안은 2002년 10월 제2차 핵 위기 발발의 원인이자,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폐기로 이어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문제다. 미국 주장과 달리, 북한은 이 프로그램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존재를 시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부시 행정부에서는 강경파나 온건파 모두 북한이 핵을 진정으로 포기할 것인지 여부에 의구심을 표시해왔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군 정치를 주장하는 한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결론이 난 것이 아니며 먼 길에 한 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블릭스 전 총장 말대로 앞으로 갈 길은 멀다. 미국도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이번 합의를 `초기’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 핵을 완전하게 포기하도록 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이번 협상을 표현하는 가장 적당한 표현인 듯 싶다. 
 그런데 남한 정부는 북핵문제가 완전 해결된 양 대북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에) 다 줘도 남는 장사”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 말이다. 또 6자 회담이 타결되기도 전에 남북대화를 제안해 장관급회담에 합의했다. 북한에 퍼주기 할 물자와 규모가 이미 정해진 눈치다. 쌀과 비료가 먼저 실려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다 줘도 남는 장사”라고 했기 때문에 쌀과 비료는 대북 협상 지렛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북한은 남한이 보내오는 물자로 배를 불리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큰소리 칠 것이다. 핵과 관련한 협상에서 남한은 완전 `왕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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