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3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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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3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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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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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 (언론인)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지난주 강재섭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당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명박-박근혜 갈등을 “한나라당으로서는 근래에 보지 못한 위기적 상황”으로 규정한 뒤, “열린우리당의 파산,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등 언제 어디서 어떤 변화들이 폭발할 지 모르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제 다 된밥’처럼 정권창출을 기정사실화하는 한나라당과 강력한 두 후보, 그들을 따르는 의원들, 조직원, 후원인들 간에 골이 깊어지면 끝은 어찌될는지 과거 정당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느냐”고 `한나라당 분당’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위기감은 정 의원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다. 이같은 위기감은 정인봉-김유찬 폭로 공세후 한나라당에 급속 확산되고 있는 `3월 위기설’의 근간이다. `3월 위기설’의 골자는 후보등록일인 4월11일이 되기 전에 이명박-박근혜 중 한사람이 당을 뛰쳐 나가 독자 출마를 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현행 선거법에 후보등록을 해 경선에서 패한 후에는 대선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3월 위기설’이 이렇게 급속 확산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간 `감정’이 치유 불능 상태로 악화됐다는 점을 꼽는다. 이명박 캠프에선 정인봉-김유찬으로 이어지는 `이명박 검증’의 배후에 박근혜 진영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박근혜측이 `이명박 죽이기’를 도모한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몰아내기’로까지 해석한다. 현재 이 전 시장 지지율이 압도적이나, 탈당을 하는 순간 보수진영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 `한나라당 후보 박근혜’로 보수표가 집결할 것이라는 판단을 박 캠프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반면 박근혜 캠프에선 저급한 싸움을 시작한 쪽은 이명박 쪽이라고 반박한다. 대표적 예로 지난달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에게 뿌려진 박근혜 비하 `괴문서’를 꼽고 있다. “박 의원이 결혼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문서는 활자화할 수 없을 정도로 저급한 인신공격성 의혹 제기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박근혜 갈등을 겨냥한 `제3 세력’의 작품이 아니냐는 해석도 하고 있으나, 박 캠프 생각은 다르다. 양 진영은 이미 한쪽이 죽기 전에는 끝날 수 없는 극한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3월 위기설’의 또다른 근거는 `신 4자 필승론’ 확산이다. `4자 필승론’은 1987년 대선때 김대중 후보진영에서 나온, `양김 분열’의 근원이 된 이론이다. 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 4후보가 출마해야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고, 실제로 이 이론대로 `1노3김’은 모두 출마했고 그 결과 노태우후보가 압도적 우위로 당선됐다. 그 `4자 필승론’이 지금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명박-박근혜가 결별해 출마해도 양쪽 모두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박근혜 외에 범여권진영에서 단일후보가 나오고, 민주노동당에서 후보가 나와 4자 대결구도가 만들어진다해도 두사람 중 한사람이 당선된다는 가정이다.
여의도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지성향을 분류한 문서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의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에는 의원 127명 가운데 이명박 지지의원은 적극 지지 41명, 소극 지지 16명 등 57명으로 분류돼 있다. 박근혜 지지의원은 적극 지지 43명, 소극 지지 12명 등 도합 55명이다. 손학규 지지 3명, 원희룡 지지 2명, 고진화 지지 1명 이다. 이명박-박근혜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 후보에게 줄선 의원들 모두 목숨을 건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 줄선 의원에게 대선 몇달 뒤 치러지는 총선에 공천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지지성향 문건을 `살생부’로 명명하기도 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가 되면 40%이상 물갈이, 이명박이 되면 그 이상 대폭 물갈이가 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열을 경계하는 범보수진영의 압박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3월말까지 한달여간 이-박 양진영은 사력을 다한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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