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휴업수당 내놓으라” 손 내민 북한
  • 한동윤
“개성공단 휴업수당 내놓으라” 손 내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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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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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북한 편든 통일부에 분노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4월 개성공단 폐쇄 사태 이후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자진 철수하는 기업이 나왔다. 국제실크유통이다. 재가동 후 북한의 태도 돌변을 보니 싹수가 노랗다는 것이다.
 국제실크유통의 모(母)회사인 한중실크유통 관계자는 4일 “지난달 중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철수 신고를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북한을 한 번 더 믿어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못 믿겠더라”고 말했다. 공단이 언제 또 폐쇄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981년 설립된 한중실크유통은 실크 원사(原絲)를 수입해 경남 진주시 직물시장 등에 납품하다가 개성공단의 낮은 인건비를 이용해 중국산에 맞서보기로 하고 2007년 원사 생산업체 국제실크유통을 세웠다. 국제실크유통이 개성공단에 진출한 건 6년 전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그럭저럭 공장을 돌려왔다. 그러나 지난 4월 북한의 공단 폐쇄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실크유통측은 “개성공단 폐쇄로 바이어들이 등을 돌려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다. 북한의 공단폐쇄가 이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는 증언이다. 국제실크유통측은 현재 원사 생산 대신 설비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2004년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기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에 앞서 모피업체 스킨넷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이듬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 키리졸브 때 북한의 남측 인력 귀환 금지 등을 보고 회의를 느껴 2009년 아예 철수했다. 한중실크유통 관계자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꼽았다. 개성공단에 가려면 사흘 전 통일부에 신고해야 돼 다급한 상황에서 낭패를 본 적이 많다. 그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데 (개성공단) 국제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들이 철수하면 그 타격은 북한이 입는다. 특히 북한의 반(反)경제적 조치 때문에 기업이 철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이상 개성공단에 입주할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목을 매는 외국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는 언감생심이다. `3통(통행·통신·통관)’으로 우리 기업을 괴롭힌 북한의 자업자득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재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국제실크유통을 포함해 세 곳이다. 2004년 말 개성공단 1호 제품인 `통일냄비’를 만들었던 소노코쿠진웨어는 2010년 공장에 불이 나 가동을 중단했다. 태광산업의 섬유 자회사 태광산업개성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입주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통 문제 해결, 개성공단 국제화 등 남북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바이어들이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바이어들이 주문을 망설여 공장 가동률이 50%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장을 가동하면서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가죽제품, 잡화 등을 생산하는 아트랑은 자회사 개성아트랑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철수가 시작된 가운데 북한은 소금을 아예 끼얹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근무하지 못하게 된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11월부터 지급하라고 북한이 떼를 쓰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입주기업들은 “4월 북한의 일방적 출입 차단으로 바이어를 잃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는데 그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더 웃기는 것은 통일부가 “일종의 휴업수당인 만큼 당연히 해당 기업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사실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들먹이며 기업 사정으로 출근을 못하는 근로자가 있을 경우 기본급의 60%를 생활보조금으로 지불하게 돼 있다고 한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서는 뒤집어질 노릇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의 일방적인 폐쇄로 피해를 입은 입주기업들이 북한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해야 옳다. 그런데 북한은 가뜩이나 어려운 입주기업을 상대로 휴업수당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적반하장이다. 통일부가 북한편을 들고 나온 것은 더더욱 불쾌하다. 이럴 바엔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들을 모두 철수시키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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