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포기’ 공약이 허공에 사라지게 됐다. 새누리당이 먼저 공약을 파기한 데 이어 민주당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로 내부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먼저 약속을 어긴 새누리당이 가장 비난받아야 하지만 새누리당을 비난하다 슬그머니 새누리당을 따라하는 민주당은 더 한심하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딱 그 꼴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포기공약 파기를 맹렬히 비난해왔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물고 늘어지고, 이 문제로 장외투쟁까지 벌였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호들갑까지 떨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정당공천을 포기하면 민주당 조직이 무너진다”는 아우성에 굴복하고 말았다. 애초부터 “정당공천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뻔뻔스럽게 나온 새누리당보다 훨씬 지능적이다.
　민주당 입장을 이해 할 수는 있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반면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하면 기초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 후보는 지지자들의 표를 확보할 수 있지만 사실상의 민주당 후보들은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땅을 칠 일이다.

　뿐만 아니라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유지되는 가운데 민주당만 공천을 포기하면, 기초의원·단체장 출마자 3만명이 당을 탈당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핵심 당원의 대규모 탈당 사태는 사실상 민주당 지방조직의 붕괴를 몰고올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고집하면서 민주당의 선택 여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민주당만이라도 내려놓고 국민에 호소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해놓고 말을 바꾸면 언어유희를 일삼는 정당으로 낙인찍혀 국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전국청년위원회도 “국민 신뢰를 회복한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당장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공천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현실타협’이다. 아니 `굴복(屈伏)’에 가깝다.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연합이 `정당공천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명분에서도 안 의원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안팎으로 물리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협상을 통해 최소한 기초의회선거만이라도 정당공천을 포기하는 차선책까지도 놓치고 말았다. 민주당이 하는 일은 매사 이런 식이다. 틈만 나면 정부 여당을 공격하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치는 어러석음을 저지르는 모양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여야는 국회정치개혁특위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재논의해 이번 6월 선거에 한해 정당공천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이번 선거에서부터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을 포기하는 합의까지 이루면 금상첨화다. 민주당은 매사를 투쟁과 전쟁으로 보는 `올 오어 나씽’이라는 옥쇄(玉碎) 전략을 포기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