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쉽지 않은 당신, 카페가 건네는 작은 기적
  • 이경관기자
인생이 쉽지 않은 당신, 카페가 건네는 작은 기적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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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카페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인생을 살다보면 긴 터널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터널 한 가운데 멈춰 설지, 아니면 두려움을 참고 터널의 끝에 닿을지.
 “널 행복하게 했다면 중요한 거지. 행복의 순간을 묻어버린다는 건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한다는 거야. 버려도 되는 것은 많지만, 그런 순간들은 절대 버려선 안 되지.”(36쪽)
 스페인 작가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와 카레 산토스가 공동 집필한 소설 `일요일의 카페’는 인생의 곡절 굽이굽이마다 만나게 되는 터널, 그 속에 갇힌 한 여자가 마법 같은 카페를 만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리스’는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삶의 의미를 잃었다. 보험회사 상담직원으로 일하는 그녀의 일상은 지루했고 부모님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집은 그녀에게 더 이상 온기를 주지 못했다. 삶을 포기하려했던 순간, 그녀는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라는 카페를 만난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육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해. 긍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생각, 하찮은 생각, 심오한 생각. 그걸 이렇다저렇다 판단해선 안 되지. 생각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야. 우린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생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어떤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땐 그냥 `생각’일 뿐이라고 마음먹고 흘려버리는 거야.”(24쪽)
 갓 구운 빵과 진한 코코아 냄새가 가득한 카페는 따뜻한 조명아래 여섯 개의 탁자와 그 탁자에 앉은 사람들을 품고 있었다. 노래에 취해 있던 이리스에게 자신을 루카라고 소개한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그는 그녀가 앉은 탁자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탁자라고 말하고서는 이리스의 생각을 읽어낸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많은 말, 많은 수단, 많은 시간을 쓰는 경향이 있어. 하이쿠를 쓰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 본질로 압축 시키는걸 배우게 돼. 하이쿠를 능숙하게 쓰는 사람은 진미를 즐기듯 인생의 각 순간을 음미하게 되지.”(79쪽)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루카’, 또 그 카페가 주는 편안함에 취해 계속해서 그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는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탁자, 시인이 되는 탁자, 희망의 탁자, 용서의 탁자까지 매일 하나씩 마법의 탁자에 앉는다.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만이 행복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어. 행복이란 대조의 게임이니까. 감정의 스펙트럼 한가운데로만 헤엄치는 사람은 결코 인생의 본질을 경험할 수 없어. 이게 우물의 교훈이야. 하늘이 광활하다는 걸 이해하려면 때로는 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것.”(53쪽)
 그녀는 카페에 드나들며 과거 속 상처에 갇혀있던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아픔들을 어루만진다. 그 과정 속에서 그녀는 동물보호소에서 해적을 닮은 강아지를 입양하고, 십대 시절 짝사랑했던 올리비에르를 만난다.
 마지막 여섯 번째 `이별의 탁자’에 앉은 후, 루카와 카페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녀는 루카를 찾아 이곳저곳 헤매지만 찾지 못하고 루카가 부모님이 보낸 천사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리스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난생처음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다. 또 바다가 보이는 예쁜 집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자신의 삶에 함께하고 싶어하는 올리비에르에게 곁을 내준다.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바라보아야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려면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150쪽)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터널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한걸음 다가선 이리스. 이들의 동화같은 이야기는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전해준다.
 `삼포세대’,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물가 상승 등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즐비한 2014년 대한민국.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잔과 함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이 세상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청년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마법같은 `일요일의 카페’는 오늘도 밝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카레 산토스. 문학동네. 206쪽.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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