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럽혀지지 아니하고, 맑은 물 잔물결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다. 속은 비었으되 밖은 곧으며, 덩굴 뻗지 아니하고 가지도 없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 우뚝하게 서 있어 멀리서만 볼 수 있고 가까이에서 매만지며 구경할 수 없음을 오로지 나는 사랑한다. ……꽃 중의 군자로구나.’ 북송의 철학자 주돈이(1017~1073)는 명문장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사랑할만한 포인트 몇 가지를 이처럼 명료하게 서술했다.
불교에서 연꽃을 각별히 신성하게 보는 데는 사상적 사유(思惟) 두 가지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석가모니의 설법에 `연잎은 물이 배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듯이 인간이 탐욕에 물들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한 것이 불교와 연이 연결되는 원점(原點)이라는 것이다. 또 보통의 식물과 달리 연은 꽃과 열매가 거의 동시에 생겨나는데(꽃이 필 때 연밥도 생김) 이는 모든 중생이 태어나면서 동시에 불성을 지니고 있어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에 비유할 수 있다는 거다.(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3’)
바야흐로 연꽃이 제철이다. 복더위가 시작되는 이즈음 사방의 연못에서는 큼직한 연분홍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기를 머금고 다투어 기품 있게 피어오르고 있다. 초복 더위의 기승과 함께 때마침 모레 일요일은 옛사람들이 연꽃 즐기는 날로 삼았다는 관연절이다. 더위도 식힐 겸 처염상정(處染常淨; 진흙 속에서도 언제나 깨끗함)의 고결한 기분에도 젖어 볼 겸 이번 주말엔 아이들 손잡고 아침나절 맑은 공기 쐬며 야외 연꽃 구경 한 번 나가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이지 싶다. 혹시 자신의 내면 저 깊숙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불성(佛性)이라도 가외로 보게 될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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