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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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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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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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는 잘못-
 
      안 재 욱/(경희대학교 교수, 경제학)
 
 
 정부가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이직하려는 자가 12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으면서 구직 활동을 하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실업급여의 50% 가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경영상 해고나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사유로 실직할 때에만 실직 전 평균 임금의 50%를 90~240일 지급하고 있다. 자발적 이직자도 장기간 실업 상태가 계속되면 생계 곤란과 함께 근로 의욕을 상실하고 노동시장 재진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배경이다.
 갑자기 자발적 실업자에 대해서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비자발적 실업자에 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이유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생계를 도와주기 위함이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직장을 잃게 되면 생활이 막막하고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재취업할 때까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실업급여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실업급여가 빨리 직장을 잡으려는 인센티브를 떨어뜨려 실업 기간이 길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실업급여를 반대하고 민간보험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비자발적 실업자에 대해 실업급여를 제공한다 해도 자발적 실업자까지 실업급여를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발적 실업자는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자발적 실업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임금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근무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직하고 본인 의사에 따라 실업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업 기간이 얼마이든 본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부가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은 개인의 운명을 국가가 떠맡는 것이다. 놀고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는 기업의 인력관리 비용을 증가시킨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16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4%가 채용전형에서 최종 합격한 경험이 있고, 최종합격 경험자 가운데 입사를 포기한 구직자는 84.7%인 854명, 입사 했다 그만둔 인원은 37명이다. 자발적 실업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면 이들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할 것이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실업문제가 더 그렇다. 지난 4년 동안 전체 평균 실업률이 3.6%인데 비해 청년실업률이 8%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과 `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된다’는 `십장생’이 말이 왜 나왔겠는가.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인식한다면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작금의 실업문제는 경제침체에 있다. 2003년부터 4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에 불과했다.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 투자가 줄다보니 실업이 증가한 것이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전투적 노조에서 비롯되었다. 노동시장 경직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 정부가 복수노조 인정, 전교조 합법화 등 친노정책을 도입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떨어뜨렸고, 불법적 파괴적 쟁의 활동에도 방관하여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는 실업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자발적 실업자들을 타락시키며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뿐,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선심 정책에 불과하다. 정부 관리나 정치인들은 정부의 선심성 정책을 통하여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듯 행동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혜는 자신의 돈이 아닌 남의 돈가지고 생색내는 위선에 불과하다.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정부 선심 정책을 보면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난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을 보고 칭송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임금님의 벌거벗은 모습을 제대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남의 돈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위선을 부리는 정치인과 정부 관리들은 제발 부끄러움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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