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뇌물 창구’-국회의원 출판기념회
  • 한동윤
`더러운 뇌물 창구’-국회의원 출판기념회
  • 한동윤
  • 승인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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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팔아 돈 뜯고 불법자금 만드는 국회의원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월호를 계기로 한 `해운비리 수사’ 서울예술종합학교 입법비리 수사가 큰 틀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여야 정치인들이 뭉칫돈만 적발되면 `출판기념회 수입금’이라고 둘러댄다는 점이다. 신고할 의무도, 세금납부 의무도 없는 `출판기념회 수입금’을 내걸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해운 비리와 불법정치자금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실은 주요 혐의에 대한 `변론 요지’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장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된 5억원 가량의 현금은 출판기념회 수입금 등”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은행 사금고에서 발견된 뭉칫돈에 대해 “출판기념회 책값과 축하금 등이 들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전 흐름의 포착이 어렵고 실정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출판기념회 뒤에 숨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출판기념회 수입금’이라고 박박 우긴다고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출판기념회 수입금’이 입법 로비의 대가(代價) 형태로 이뤄졌다면 `뇌물’이기 때문에 입법로비와 관련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출판기념회 수입금=입법 뇌물’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학용 의원의 경우는 시중은행에 개설한 그의 개인 금고에 있던 1억원 중 3800만원가량이 작년 9월 출판기념회 당시 유치원총연합회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검찰이 간주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신 의원은 작년 4월 유치원 경영자의 지위 승계를 쉽게 해주는 쪽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냈다. 또 사립 유치원의 차입(借入) 경영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그로부터 5개월 뒤에 열린 신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유치원총연합회가 3800여 만원을 회원들 이름으로 쪼개서 축하금 명목으로 낸 것이다. `입법 뇌물’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신 의원의 변명은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을 다 신고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뻔뻔한 내용이다.
 신 의원 말고도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 등 10여 명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네트워크 병원’ 운영 금지를 둘러싼 입법 대가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직접 불법자금을 받는 대신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전국 치과의사들을 동원해 소액다수(少額多數) 형태로 뭉칫돈을 만들어 주는 식이다. 주는 자나 받는 사람이 서로 `잔머리’를 굴린 결과다.
 출판기념회의 책값과 축하금은 출처가 불분명해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다. 또 법을 어긴 것도 아니어서 검은돈을 섞을 경우 은폐가 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이 허접한 내용의 책을 만들어 출판기념회를 앞다퉈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수백 건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18대 국회의원들 중 160여 명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면 일반적으로 상임위원장이나 여당 실세 의원들은 수억원, 가장 `흥행’이 안 되는 야당의 비례대표들도 1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얻는다고 한다. 책을 대필(代筆)시키고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목돈을 챙기는 것이다. 불법자금 창구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로 300명의 의원들이 매년 거둬들이는 돈은 줄잡아 수백억 원에 달한다.
 출판기념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정치권은 자정(自淨)을 다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정가 판매, 수입과 지출 선관위 신고 등을 담은 `출판기념회 규제 법안’을 내놓았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의 1년 모금액의 상한이 1억 5000만원이고, 그 내역을 공개, 신고해야 하며 회계감사를 반드시 받아야하는 껄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편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다. 입으로만 국회의원특권포기를 외치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만은 철저한 성역(聖域)이다. 검찰의 출판기념회 불법자금모금에 대한 수사가 정치인들의 `더러운’ 관행에 철퇴(鐵槌)를 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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