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상품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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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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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빗소리 유달리 좋은 곳이란 / 초옥에서 낮잠 자는 그때로구나 ./ 찬 개울을 좍좍 침노해 들고 / 비스듬히 날아 솔솔 바람을 쫓네. / 버들은 나직하여 푸른빛을 머금었고 / 꽃은 무거워 선홍이 젖었네그려 ./ 농사하는 이들 웃음으로 대하며 / 집집마다 풍년 들기 바라는구려.”  정도전(鄭道傳)의 삼봉집(三峯集)에 나오는 글이다. 모든 것이 순후(淳厚)한 농촌의 모습이 떠오른다.
 올해 7, 8월 날씨는 농민에게는 최악이다. 7월 한달은 마른장마로 비 구경을 하지 못했다.  이어 8월은 햇볕 구경하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이달 들어 경북도에 비가 내린 날은 평균 14.6일 다. 예년의 평균은 7.4일 이었다. 지난 1~18일 사이 기상 분석이다.

 “이것 다 쓸모없는 비야. 농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은퇴 후 밭농사 재미에 푹 빠진 한 친지의 불평이다. 마른 장마를 곡절 끝에 이겨내고 나니 아무 때나 내리는 비가 구슬땀 흘려가며 지어놓은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가슴을 친다. 햇볕을 못보니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겠느냐는 소리다. 이달들어 일조시간은 고작 47.2시간이라고 한다. 예년 110.7시간의 43% 수준이니 햇볕이 절실히 아쉽게도 생겼다. 사람도 햇볕을 못쬐면 시든 배춧잎처럼 된다. 하물며 농산물이야 긴말이 필요없다. 평생 살면서 풀 한 포기  뽑아본 일 없는 사람일지라도 잘 아는 일이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추석이 빨라 과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손길이 바쁘다. 갈길도 멀고 할일도 많건만 날마다 비가 쏟아지니 결실이 잘 될 수가 없다. 과수 밑에는 낙과가 수두룩 하다. 포도 나무를 보면 열과가 가득하다. 과수농의 속 또한 터질 일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못난이 농산물’이 환영받는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실속상품을 고르는 손길이 예뻐 보인다.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의식이 농민, 업체, 소비자를 세겹 줄로 붙잡아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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