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동아일보의 20일자 아침 사설부터 소개한다.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추도식장 입구 왼쪽과 오른쪽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조화를 각각 배치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조화는 김정은 조화 옆에 놓았다. 김정은 조화만 유독 북한이 보낸 `레드카펫’ 위에 올려져 따가운 시선을 모았다. 주최 측은 김정은 조화를 전직 대통령 조화보다 상석(上席)에 배치한 데 대해 “북한 현직 지도자인 만큼 의전상 배려했다”고 밝혔다. 다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궤변(詭辯)’이다. 김정은은 6·25전쟁을 비롯 숱한 대남(對南) 침략과 테러를 자행한 북한 3대 세습 독재정권 최고 실력자다. 전·노 전 대통령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해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반(反)민족적 폭정, 참혹한 인권유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정은 조화만 레드카펫 위에 모신 것 같은 모습이어서 현직 대통령 조화보다 더 예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DJ 조화를 받으러 오라”는 북한의 통지에 개성공단으로 `쪼르르’ 달려간 박지원, 임동원, 김홍업씨도 그렇지만, 김정은 조화를 극상(極上)의 예우로 모신 DJ측의 처사를 이처럼 정확하고 신랄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박 대통령 조화는 땅바닥에 세운 대신 김정은 조화를 `빨간 양탄자’위에 모신 DJ쪽 인사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
DJ측은 `김정은 조화’를 보수인사들이 훼손할까 두려워 경찰의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 병력이 대거 동원돼 추도식 내내 김정은 조화를 지켰다. 그 주변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순국선열, 6·25 전사자, 월남전 전사자, 국가유공자들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지하에서 빨간 양탄자 위에 놓인 김정은 조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었을까? 주최측은 추도식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김정은 조화를 치웠다.
신문 사설과 달리 일반국민들의 반응은 거의 `멘붕’에 가깝다. 19일 국립서울현충원 참여게시판에 네티즌 안영진씨는 “이것은 명백히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며 “국립현충원장을 비롯, 이하 직원들은 모두 사직서 제출하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한민씨는 “거기에 잠든 분들이 무엇 때문에 목숨걸고 싸우다 돌아가셨느냐”며 “호국영령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이주호씨는 “6·25 유공자인 조부께서 계신 곳에 김정은 화환이 들어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정은이 누구인가? 이제 갓 서른에 불과한 북한정권 3대 세습권력자다. 아버지 김정일이 비명객사하자 형들을 제치고 21세기 지구촌의 코미디 권력세습으로 권좌에 올랐다. 지도자에 오르자마자 4차 핵실험을 위협하며 “서울과 워싱턴을 핵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했고, “한라산에 인공기를 꽂겠다”고 공갈친 천둥벌거숭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 장악 1등 공신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돼지 끌듯 몰고나가 기관총으로 흔적도 없이 처형한 잔혹한 인간이다. 유엔인권위는 김정은을 머지 않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김정은이 보낸 조화를 받들겠다고 개성으로 쪼르르 달려가고, 그가 보낸 조화를 우리 대통령 조화보다 더 극진히 모신 DJ측의 머리와 가슴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이에 대해 국립현충원은 “정부에서 협의를 거쳐 반입 승인한 김정은 조화는 유가족 측이 추모식장(현충관)에 진열하였던 것”이라며 “추모식 종료 즉시 외부로 반출됐다”고 밝혔다. 또 “현충원 참여게시판에 올려 주신 충정어린 고언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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