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씨`박생강’필명으로 첫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l 열린책들 l 256쪽 l 1만1800원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소설가 박진규(37·사진)씨가 신작 장편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열린책들)를 냈다.
네 번째 장편이지만 작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박생강’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발표하는 작품이자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쓴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는 작가는 그 대신 “그럴듯함과 그럴듯하지 않음 사이에서 꿈틀대는 어떤 자리들을 발견하고 또 찾아보려 애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깨닫는 데 등단한 지 10여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시작부터 기발하고 엉뚱하다. 어느 날, 심리 상담소에 갈색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스무 살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한나리’가 찾아온다. 그녀의 고민은 빼빼로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남자 친구. 상담사 `민형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몬드 빼빼로, 딸기 맛 빼빼로, 누드 빼빼로, 다크 빼빼로 등 여러 가지 빼빼로를 입에 배어 문다.
“민형기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누드 빼빼로를 입에 물었다. 이놈이 가장 위험할 확률이 높았다. 전형적인 빼빼로와 모양새가 다르고 그러면서도 달콤함은 배로 가중되었다.”(14쪽) `빼빼로 포비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민형기는 마침내 문제의 인물과 대면하게 되는데….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이 쓰고 있는 `소설’과 주인공이 살고 있는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기묘한 세계를 펼쳐보여준다.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빼빼로 포비아’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로 손에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 인간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양 착각하지만 실은 모두 똑같은 봉지 안에 든, 더 나아가, 똑같은 박스 안에 포장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네.”(145~146쪽)
생강이란 필명은 생각이 몸에 좋다는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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