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인 내면 분석 저술 국내 번역 출간… 인간 여백 주목
상실과 노스탤지어
이소마에 준이치 지음·심희찬 옮김 l 문학과지성사
327쪽 l 1만6000원
“이 책이 한일관계의 굴절된 인식을 넘어서서 한국 사회의 현상을 성찰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일본사회의 보수화와 한일 간의 외교갈등 심화는 그렇잖아도 먼 한일 간의 심리적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이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계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찰의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종교 및 역사학자인 이소마에 준이치 국제일본문화센터 교수가 근대 일본인들의 내면을 분석한 저술 ‘상실과 노스탤지어’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번역을 맡은 일본 리쓰메이칸대 전문연구원인 심희찬씨는 “일본인 내면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돌아보는 데 더없는 유용함을 제공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 학계의 무의식적 자기검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그는 기성 대학 제도나 출판 현실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대학 제도나 출판계를 통해 더 이상 유효한 비평을 행할 수 없다고 봅니다.(중략) 학문 제도나 국민국가와 같은 기존의 경계를 횡단하고 그 내부와 외부에서 여백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새로운 지식이 태어날 토양의 네트워크 또한 만들어지지 못할 겁니다.”(14~15쪽)
나아가 “한국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박사학위가 수여되는지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묻는다.
준이치 교수는 국민국가를 형성해온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백’에 주목한다. 일본 사회 내에서 종교와 역사, 특히 민족의 형성 과정에서 배태돼온 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초법적 존재를 상정하고 균질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민족주의 혹은 국민국가는 타자에 대한 폭력으로 쉽사리 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질화는 경계 대상이며 여백의 긍정, 불균등한 것들의 평등을 고려할 때에만 이 같은 위험지대를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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