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포스코 정기인사를 ‘연말’로 앞당긴 권오준 회장의 판단은 합목적적(合目的的) 목표에서 출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포스코만 유독 3월 정기주총에 맞춰 인사를 해왔기 때문에 연(年) 단위 사업계획과 임원인사의 불일치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이 새해부터 집행되는 반면 임원은 3월 주총에 바뀜으로써 발생하는 사업 공백을 막자는 것이다.
또 연말 인사가 권 회장 주도로 이뤄지는 첫 번째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회장 취임 이후 9개월간 축적된 자신감을 토대로 ‘권오준 신경영’의 진면목을 보일 때가 됐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와 철강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포스코 체질개선을 위한 ‘권오준 구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연말 인사‘는 이처럼 다목적이다.
사실 지난 3월 단행된 ‘권오준 인사’는 ‘2%’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준 게 사실이다. ‘전문성’과 ‘성과주의’ 취지에는 부합했지만 ‘철강명가(鐵鋼名家) 재건’을 표방한 권 회장과 포스코의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물론 첫 인사에 ‘외압(外壓)’과 ‘전임회장 그림자’에 대한 시비가 제기된 것은 ‘연구’에 몰두해온 권 회장으로서 피하기 어려웠던 ‘통과의례’였을지 모른다. 따라서 권 회장의 연말 정기인사는 그 아쉬운 ‘2%’를 채울 둘도 없는 기회다.
‘권오준 포스코’에 대한 긍정적인 시장의 평가는 권 회장 연말 인사에 긍정적인 요소다. 작년말 1조9313억원에 달했던 단기성 차입금이 올 6월말 9281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고, 포스코의 골칫거리였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도 권 회장 취임 후 정상화돼 하루 8300t의 쇳물을 쏟아 내고 3400t의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적자행진을 계속해온 태국 스테인리스 회사 타이녹스도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변했다. 포스코가 ‘잃어버린 5년’에서 서서히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BBB+’로 강등당한 포스코 신용등급을 3년 이내에 ‘A’로 승급시키겠다”는 권 회장의 약속이 실현되려면 갈 길이 멀다. 여건은 좋다.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취임 초 구상이 날개를 달수 있게 됐다.
다만 무디스가 11월 ‘2015년 아시아 철강산업 보고서’에서 “아시아 철강업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며 포스코 비철강사업 실적 개선이 이익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비철강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권 회장 계획을 부정 평가한 것은 부담이다.
이와 함께 인사를 앞둔 권 회장에게는 포스코 건설의 실적 부진이 어깨를 누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은 2560억원으로 지난해 3527억원에 비해 27.41% 줄었다. 3분기 영업익은 540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익 946억원과 비교해 42.91%(406억원)나 감소했다. 포스코건설 영업익 감소는 해외 경험 부족으로 말미암은 시행착오로 분석된다. 2011년 미개척지인 중남미에 진출해 43억4000만달러(5조원) 규모의 브라질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따낸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실적이다. 포스코건설은 그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4조4047억원 수주를 달성해 국내 건설사 중 1위를 차지했었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권 회장이 콕 찍어 임명한 임원이기 때문에 포스코 건설의 실적 하락은 황 사장뿐만 아니라 권 회장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 권 회장에게 주어진 부담은 국회의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국정조사다. 포스코가 MB 해외자원외교의 최대 희생자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말 인사에서 권력의 외압을 이기지 못해 국민기업 포스코에 상처를 남긴 임원들에 대한 조치로 선제 대응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권 회장은 ‘철강명가(鐵鋼名家) 재건’이 지상 과제다.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포스코 인사에서 ‘전문성’과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키는 것이다. 지난 11월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 정 모씨를 대외협력실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자초한 ‘관피아’ 논란은 포스코와 권 회장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2월 포스코 연말 인사는 권 회장의 ‘POSCO the Great’경영비전을 가능케 하는 여의봉 (如意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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