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장, 서울 시민
  • 윤용태기자
대구 시장, 서울 시민
  • 윤용태기자
  • 승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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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윤용태기자] 한때 지역에서는 ‘서울TK’와 ‘대구TK’를 구분하자는 움직임이 컸다. 서울TK는 대구·경북 출신이지만 자신의 이력을 중앙에서 꽃피우고 성장한 인물이다. 반면 대구TK로 불리는 토종TK는 경력의 대부분을 지역에서 쌓아온 토착리더를 일컫는다.
 왜 뜬금없이 이런 논쟁이 화두가 됐을까.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인적 물적 재원이 쏠리다보니 지역경제가 자꾸만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구·경북. 자존감은 높지만 당장 입에 거미줄 칠 지경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는 전국 시·도 중 19년째 줄곧 꼴찌다.
 선거철이면 화려한 이력을 쌓은 서울TK들이 물밀듯이 고향으로 돌아와 ‘여의도행’을 주문한다. 고향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적으로 커보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태도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다.
 이들은 선거가 끝나면 본색을 드러낸다. 당선자들은 서울 여의도로, 또 낙선한 이들은 집이 있는 서울로 가버린다. 그들에겐 고향은 단지 표를 얻는 대상일 뿐, 몸을 던질 수 있는 공동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민들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무기력함에 지역민은 무력감을 느꼈다.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거부감이 도를 넘었다. 그래서 감정이 폭발했다.
 올 6월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가 대구시장에 취임했다. 당선이후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이어가고 있는 ‘현장소통 시장실’은 자신의 몸을 한껏 낮추고, 시민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으려는 권 시장의 친서민 정책 중 ‘백미’라 할 수 있다.
 또 당구를 치고, 파마를 하고, 패션쇼에 나서는 시장은 대구시민에겐 격의없는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후한 점수를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
 시민들은 50대 시장의 힘을 느꼈고, 변화된 대구의 미래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되짚어 보자. 올 연말, 예년보다 유독 칼바람이 매섭다. 단체장들은 연말이면 으레 추운 겨울을 힘들게 나는 이들을 찾는다.
 250만 ‘대구호(號)’를 진두지휘하는 권 시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 구두 밑창이 닳을 지경이다. 부지런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박수가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대구시장 취임 6개월, 권 시장 곁에는 가족이 없다. 자녀의 교육 때문에 식구들이 줄곧 서울에 머물고 있다면 시민들은 큰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구시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비춰지지 않을까?.
 또 시장 사모님이 대구에 없다보니 겨울철이면 시민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소외진 곳을 함께 방문하는, 그래서 살을 에는 겨울이 훈훈해 지는 풍경이 없다.
 시장은 대구에, 가족은 서울에…. 그래서 ‘대구 시장, 서울 시민’이다. 곱지 않은 시선을 한 칼에 잘라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다.
 풍문은 또 다른 풍문을 낳는다. 벌써부터 차기 선거에서는 권 시장이 대구시장직을 발판 삼아 중앙 정치권 입성, 즉 국회의원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측근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설마…”하며 뜬소문으로 치부하고 싶지만, 주위 정황을 맞춰보면 영 틀린 얘기도 아닌 듯싶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당사자 입장에선 “말도 안되는 소문일 뿐”이라며 일축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말에 선뜻 공감해 주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대구는 자신의 야망에 화려한 스펙을 덤으로 얹어줄 만큼 여유있는 곳이 아니다. 진정성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대구시민들이 고향에서 오랫동안 헌신한 토종TK를 뽑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바라며 서울TK를 뽑은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대구시민들이 묻고 있다. “권 시장, 대구에 뼈 묻을 각오 돼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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