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8경 끝에 마주한
농익은 산촌민속을 만나다
  • 황용국기자
아름다운 8경 끝에 마주한
농익은 산촌민속을 만나다
  • 황용국기자
  • 승인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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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울진 낙동정맥트레일

▲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구간 두 번째 길인 봉황의터 탐방길 위에 자리잡은 군조조봉형(群鳥朝奉形)의 명당지 대봉마을로 들어서는 낙엽송 길. 소복히 쌓인 눈 위를 걷는 부부의 뒷 모습이 아름답다.
[경북도민일보 = 황용국기자] 팔경(八景)에 취하고 농익은 산촌민속을 만난다.
 태백산맥과 낙동강이 어울려 영남 700리를 적시는 낙동정맥은 까마득한 옛부터 산촌사람들을 보듬어 왔다.
 물이 옷 벗는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낙동정맥을 보듬은 울진군 서면 전곡리 송리재 골포천에서 만날 수 있다. 낙동정맥은 곡절 많은 우리네 산촌사람들을 보듬어 기필코 마을로 닿는다.
 전내마을을 지나 폐광터를 거쳐 넓재를 넘어 진조산을 끼고 돌아 깨밭골과 대봉마을에 이르는 길 옆에는 금강송과 굴참나무와 자작나무가 제 만의 빛깔과 소리로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제강점기, 넓재 부근에는 중금속광산이 성업했으며 넓재 너머 깨밭골과 대봉마을, 덕거리 사람들은 이 길을 넘나들며 광부들에게 옥수수, 메밀전 등 먹거리를 팔아 가계에 보탰다.
 온 겨울 내내 순백의 껍질로 수 천 년 제자리를 지켜 온 자작나무는 그 모습만으로도 오롯이 사랑스러우며 어린아이 엉덩이 살처럼 부드러운자작나무 피부는 연인들이 꿈꾸는 연정처럼 빛나고 매끄럽다.
 자작나무 잎사귀 새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햇살은 눈부시다. 자작나무 잎사귀가 일구는 바람을 맞으며 연필 금처럼 이어진 길을 걷는 일은 가히 천상에서 맛보는 희열을 느끼며 깨밭골을 지나 만나는 대봉마을은 산중마을에서는 좀체 만나기 힘든 ‘글하는 마을’이다.
 본래 이름은 대봉전(大鳳田)이다. 진조산이 펼친 마을이다.
 전내마을서 대봉마을에는 60~70년전까지만해도 대봉마을에는 서당이 있었다. 봉암 남봉호 선생이 훈장을 맡았으며 진조산이 가꾼 깨밭골, 덕거리, 대봉마을 학동들이 이 곳을 통해 세상을 깨쳤다.
 진조산을 중심으로 언저리에는 대봉마을을 비롯 깨밭골(荏田谷), 진전(眞田), 대우치(大牛峠), 불근이(佛近), 너다리골, 복상터, 용소목이, 맹산터(孟山基), 심미골(深美谷) 덕거리(德巨里)마을이 제 마다 한 골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이 마을을 가꾼 봉암(鳳菴) 남봉호 선생은 대봉마을의 풍광을 ‘팔경(八景)’으로 호명했다.
 왜 우리 선조들은 풍광 좋은 곳을 유독 팔경으로 부르는 것일까? 왜 칠경(七景)이나 구경(九景)이면 안되는가.
 우리 민족은 예부터 여덟 팔(八)자를 좋아한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팔자(八字)를 택해 자연과 산수를 세계관으로 끌어들였다.
 박민일교수(강원대)는 논문 ‘강원도 팔경 攷’에서 현존하는 전국의 팔경이 98곳 784경으로 조사했다.
 울진에는 송강 정철이 평생을 찬탄한 관동팔경 중 망양정과 월송정 두 곳을 품고 있다.
 대봉마을의 팔경은 봉암대(鳳菴臺), 탁영담(濯纓潭), 세족반(洗足磐), 은폭포(銀瀑布), 병치잠(屛峙岑), 앵소령(鶯巢嶺), 휴게정(休憩亭), 차강산(此江山)이다.
 대봉마을을 찾은 풍수사가들은 최고의 명당인 ‘군조조봉형(群鳥朝奉形)’으로 해석한다.
 ‘뭇 새들이 봉황을 향해서 머리를 숙여 절을 하는’ 형국이다.
 ‘독미산’에는 ‘천고사(天告祀)’ 의식이 전해온다. 하늘에 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과거에는 매년 정월에 날을 잡아 제를 올렸으나 최근에는 삼년에 한번씩 올린다.
 사람들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마을의 초입에 수구당이 자리잡고 있다.
 대봉마을을 지나 덕거리마을에 닿으면 ‘한국의 그랜드캐년’인 불영사계곡을 구절양장처럼 잇는 36호국도를 만난다.
 구절양장 36호 국도는 2016년에 마무리되는 새 36호국도가 개통되면 전국 최고의 생태문화관광도로로 탈바꿈한다.
 울진군은 또 하나의 생태관광 자원 하나를 보태게 되는 셈이다.
 세 번째 심미골단풍길은 광천(光川)을 건너 통고산 자락으로 접어들면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구간의 세 번째 길인 ‘심미골단풍길’로 들어서며 심미골단풍길은 봉화군 소천면과 맞닿는 남회룡 주막거리로 이어지는 7.9Km의 산중길이다.
 울진군(군수 임광원)은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구간을 조성하면서 많은 고민을 가졌다.
 길의 본래 원형질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래 길을 되살리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산림청의 권고를 받아들여 마을과 연접하도록 일부 구간에 데크를 설치하고 작은 내(川)를 건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자연에 삶을 반죽처럼 버무려 인간이 자연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했다.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구간 두 번째 길이 끝나고 세 번째 길이 만나는 곳인 덕거리마을에 오면 비로소 ‘점방’을 만난다.
 덕거리에는 길 위의 도반들이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펜션도 한 채 자리잡고 있다. 울진군이 산촌생태마을 조성을 위해 건립한 산촌마을 펜션이 그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한다. 
 산중마을 펜션이 자리가 꽉 차면 바로 인근에 위치한 통고산 휴양림을 이용할 수 있다.
 통고산 휴양림은 수 천년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자연이 빚은 화강암 군락과 크고 작은 폭포, 사계절 연록과 초록, 단풍, 설경을 연출하는 갖은 활엽수 숲에 싸여 고즈늑하게 앉아 있다.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구간의 마지막 길은 ‘수구탐방길’로 이름 붙여진 영양군과 울진군의 경계인 ‘윗삼승령’에서 온정면 조금리의 ‘원수목재’로 이어지는 13.5Km구간이다.
 온정면은 국내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백암온천과 신선계곡을 낀 온천마을이다.
 특히 신선계곡은 크고 작은 200여개의 폭포와 화강암의 기암괴석이 빚은 소(沼)와 이무기와 용의 설화가 가득 찬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
 이곳을 찾은 서현숙(57·포항) 씨는 “아름다운 8경 끝에 포근한 사람들이 숨 쉬는 곳에서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했다”며 “온천을 찾아 겨우네 언 몸을 녹이니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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