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시간, 당신과 내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의 간격
  • 이경관기자
편견의 시간, 당신과 내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의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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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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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칼럼리스트 김태훈, 영화감독·배우·작가 등 10人 인터뷰

 

김태훈의 편견
김태훈 지음 l 예담 l 340쪽 l 1만3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인생은 산책 나온 거라는 거예요. 일하러 나오거나 싸우러 나온 게 아니라는 거죠.”(신해철, 210쪽)
 대한민국은 현재 뇌섹남 열풍이다.
 뇌섹남은 뇌가 섹시한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로 주관이 뚜렷하고 박학다식으로 중무장해 논리적인 남자를 뜻한다.
 대표적인 뇌섹남으로 각종 매체 섭외 1순위인 팝칼럼리스트 김태훈. 그가 영화감독, 배우, 작가 등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10人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태훈의 편견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은 그 대화를 담은 일종의 인터뷰집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연재된 이 인터뷰는 내용을 추리고 걸러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수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향해 묵묵히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청춘들에게는 인생의 길잡이가, 중년과 노년들에게는 지나온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감독 류승완은 갑자기 가난해진 집안 환경 속에서 꽃피웠던 액션배우의 꿈과 영화감독의 삶에 대해 말한다. 류 감독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찍겠다고 밝혔다.
 “연극할 때 연습을 했어도 관객이 없어서 공연 못한 적이 굉장히 많거든요. 관객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는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못 한다는 걸, 정말 섬뜩하게 받아들인 적이 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배우는 관객이 즐겁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배우의 가치와 존재의 타당성은 관객의 즐거움에 있는 거예요.”(곽도원, 56쪽)
 늘 악역만 맡던 배우 곽도원은 순수한 연기의 열정을 토해냈다. 그가 연극 판을 떠나 상업 영화와 드라마로 나아가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었던 이유에는 한글을 모르고 평생을 시장 좌판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하루 종일 시장에서 시달리다 집에 들어오면 몸을 누이고 9시 드라마를 본 뒤 잠들었다. 일상이 노동이었던 그의 어머니에게 드라마는 유일한 낙이었던 것. 그의 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울림을 주는 것에는 아마 어머니를 향한 그의 사랑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내가 옳은 주장을 하고 있고 바람직한 주장을 하면서 누군가와 대치하고 대립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은 힘이 약해서 밀릴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지지 않는다, 겉으로 소수가 되고 밀리고 왜곡되고 핍박받는다 하더라도 나의 주장이 옳았다면 내면적인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보상받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 거죠.”(표창원, 103쪽)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올바른 보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일컫는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보통 보수주의자들과는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 그는 그것이 편견이라 말하며 자신이 주장하는 진정한 보수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를 내어놓는 모범을 통해 사회 전체가 평등하지는 못하더라도 고루 잘 사는 이상을 향한 계속적인 거북이걸음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삶을 연봉, 아파트 평수 등 숫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청춘들에게 인간이 중심이 된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삶이라는 게 한 번 사는 거지 두 번 사는 게 아닌데,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과연 내가 원하는 게 뭘까'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원한다는 건 욕망한다는 것이고 욕망에 기본적으로 사랑이 깔려 있는 것인데, 그걸 알아야 거기를 향해서 자신을 온전히 태울 수 있거든요. 그런 삶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후회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선택한 걸 누구를 탓하겠어요.”(정유정, 147쪽)
 작가 정유정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글에 미쳐 살았던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간호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한 채 전업으로 글을 쓰며 살겠다고 선택한 자신의 삶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와 그 행위에 대한 욕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빨리 스케줄 마치고 잠을 잤으면 좋겠고요. 아이들한테 놀이동산에 가자고 말하고 약속을 못 지킨 것이 오래돼서 놀러 다녔으면 좋겠어요.”(신해철, 229쪽)
 또한 이 책에는 갑작스럽게 우리의 곁을 떠난 가수 신해철과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이 인터뷰 속에는 음악과 가족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담겨 있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이외에도 뮤지컬 음악 감독 장소영, 소설가 성석제·천명관, 팝아티스트 낸시 랭, 마술가 이은결의 인생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김태훈이 전하는 열 개의 편견과 열 개의 진심. 그 진심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편견의 시간, 그것은 어쩌면 당신과 내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의 간격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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