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 살던 그녀, 한 발 한 발 희망을 향해 걷다
  • 이경관기자
절망 속에 살던 그녀, 한 발 한 발 희망을 향해 걷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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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한 여자가 삶 의지 되찾고 올바른 애도로 나아가는 과정 그려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정미애 옮김
문학세계사 l 288쪽 l 1만2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저항할 수 없는 슬픔과 마주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고통 속에 살 수 없다. 우리는 올바른 애도(哀悼)의 과정을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남은 삶을 지속할 의지를 되찾는다.
 “그들이 차 안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고 있는데, 트럭이 그대로 돌진했다고 했다. 나는 중얼거렸다. 둘 다 활짝 웃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구나,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8쪽)
 프랑스 작가 아녜스 마르탱 뤼강의 소설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이 책은 일종의 치유소설로 가족의 죽음으로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한 여자가 희망을 되찾고 올바른 애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작가는 임상심리학자 출신답게 불안한 여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자세히 묘사, 소설 속 인물의 고통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단란한 가정의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 한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소설의 초입, 주인공 디안느는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오늘의 의식을 시작할 시간이다. 제일 먼저 몸에 콜랭의 향수를 뿌린다. 첫 번째 보호막이다. 이어 그의 셔츠를 입고 단추를 잠근다. 두 번째 보호막. 모자가 달린 스웨터를 입는다. 세 번째 보호막. 아이 샴푸의 딸기 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젖은 머리를 그대로 묶는다. 네 번째 보호막이다.”(17쪽)
 삶의 의지를 잃은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던 북카페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를 친구 ‘펠릭스’에게 맡기고 스스로를 집이라는 동굴 속에 가뒀다. 그 집에는 더 이상 웃음도, 노랫소리도 없었다. 그녀는 매일 남편과 딸의 흔적을 더듬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는 것 같았다. 두 눈을 감고 있으니 사납게 일렁이는 파도 소리마저 감미로운 자장가처럼 들렸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내리쳐 눈물이 핑 돌았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공기 때문에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74쪽)

 그녀는 남편이 가고 싶어 했던 ‘아일랜드’로 홀로 떠났다. 그녀의 여행은 다시금 날아오르겠다는 의미보다는 남편과 딸의 흔적이 가득한 프랑스를 떠나 그들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온종일 걷기도 하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며 가족의 부재를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어느 날 그녀의 삶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녀가 지내고 있는 별장 인근에 사는 사진작가 ‘에드워드’. 다혈질에 외골수인 그는 유독 그녀에게 무례하게 굴었다.
 절대 가까워지지 않을 것 같던 둘 사이가 꽤나 가까워지게 되는 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목숨처럼 아끼던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것. 울고 불며 반지를 찾아 헤매던 그녀 앞에 그가 그 반지를 찾아들고 나타났다. 그와 그녀는 그렇게 서로 의식하지 못한 채 조금씩 서로에게 의지하게 됐다.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서 손에 사진기를 들고 있는 그를 발견했지만, 작업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가까이 가지 않았다. 한 손에 모래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장난을 치는데, 왠지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삶은 내게 다시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고, 나는 더 이상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181쪽)
 그는 출사를 위해 아란 섬으로 떠나면서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와 그녀는 그곳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녀는 1년 전 가족이 자신의 곁을 떠난 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스스로 그런 자신의 변화가 놀라웠다. 
 아름다운 바다와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하늘은 둘의 앞날과 닮아있었다. 서로에게 마음이 향하던 중 그의 옛 애인이 나타나 둘의 관계를 방해하며 관계는 얽히고설켰다.
 “당신은,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힘 때문이 아니라 오직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받아야 해요.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아직은 내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어요. 먼저 나 혼자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야 해요. 회복해야 해요. 강해지고, 잘 지낼 수 있어야 해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일어설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난 뒤에야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258쪽)
 그는 옛 애인과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그녀에게 돌아와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의 사랑 대신, 프랑스로 돌아와 자신이 운영하던 북카페를 다시 오픈한다. 그녀는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있는 온전한 회복을 선택한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상처받은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며 상처를 극복해간다는 이 통속적인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일종의 ‘성장 서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정상적 애도’와 ‘병리적 우울’ 속에서 방황하던 디안느가 삶을 지속할 의지를 되찾는 그 과정은, 죽음을 마주한 채 살아가는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는 그녀를 보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다시금 날아오르려는 디안느 곁에,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그녀를 지키려 1000개의 바람이 된 콜랭과 클라라일 것이다. 그 바람은 어느새 카페 안까지 들어와 향긋한 커피 향을 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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