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600만달러(약 67억원)를 전달한 데 이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각각 1억원 상당의 ‘피아제 시계’ 두 개를 선물한 사실이 밝혀졌었다.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시계 행방에 대해 “논두렁에 버렸다”고 한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그러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최근 경향신문 기자에게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간 것은 국정원 공작”이라고 까발렸다.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을 도덕적으로 흠집내기 위해 공작 차원에서 ‘논두렁’을 덧 입혔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야당은 당장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대상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이다. 그야말로 때 아닌 평지풍파다.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명품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물으니 “노 전 대통령은 ‘문제가 불거진 뒤 (권양숙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논두렁’ 얘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모든 언론에는 “시가 1억원짜리 피아제 시계 2개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다.
이 전 중수부장이 7년 전의 사건을 왜 갑자기, 그리고 느닷없이 폭로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국정원 공작’에 분노했다면 6년 전 폭로하고 국정원을 고발했어야 했다. 당시 ‘논두렁’ 의혹에는 아무 말도 않다가 6년이 지난 뒤 특정 기자와 만나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간 것이 국정원 공작”이라고 주장한 것은 뜬금없는 언행이다.
이 전 중수부장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의 명품시계가 ‘논두렁’에 버려지지 않았는 데도 논두렁에 버렸다고 국정원이 플레이 했다면 도덕적으로 용서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개당 1억원 짜리 스위스 명품시계 2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입에서 명품 시계 2개를 “바깥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수사한 사람도 이인규씨, 언론에 발표한 것도 전부 이인규씨인데 자기 책임이 아니고 국정원 책임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이 전 중수부장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노 전 대통령 사시는 데서 한 발짝만 나가면 전부 논이고 밭이다. 시계 하나에 1억원씩이나 되는 걸 두 개씩이나 부부께서 받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촉발한 ‘논두렁‘ 논란은 한심하다. 그 것도 검찰의 꽃인 중수부장 출신이 식사자리에서 기자들에게 6년 전 일을 까발리고 ‘노 전 대통령 자살은 검찰 책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변명하는 것같아 속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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