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400명으로 늘리는 게 퍼포먼스?
  • 한동윤
국회의원 400명으로 늘리는 게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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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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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0명 줄이자”는 안철수가 박수 받은 이유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다.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 등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모임이다. 그런데 정개특위가 열린 첫날부터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300명의 국회의원으로는 국민을 대표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300석에서 360석으로 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주장했다. 무려 60명의 국회의원을 증원하자는 제안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40 대 120으로 조정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심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원 정수 360명을 주장하면서 “의원 세비 등 국회의원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20% 삭감하고 운전, 비서 지원 등 특권을 과감하게 폐지하며, 해외출장 등 의원활동을 개혁하면 국회의원 확대에 필요한 총 비용을 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몸담았던 통진당은 3년 전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다수 당선됨으로써 일약 제3당으로 일어섰다. 비례대표의 혜택을 본 주인공들이 바로 이석기, 김재연 등이다. 비례대표를 증원하면 지역구선거에 취약한 진보정당이 수혜(受惠)를 볼 가능성이 높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국제적으로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며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새정연 문재인 대표까지 “국회의원 수가 400명은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엑스포에 참석해 ‘청년유권자연맹’이 진행한 스티커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 351명 이상이 적당하다는 쪽에 스티커를 붙인 뒤 “우리 국회의원 수 부족이 국민들께는 인식이 안 됐지만 다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와 비교하면 적다”며 그같이 주장했다. 문 대표는 그러나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그냥 퍼포먼스로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거죠”라고 변명했다. 국민들이 ‘장난’으로 넘어가 줄 지 의문이다.
 문 대표가 ‘400명’을 거론하자 정개특위 새정연 유인태 의원도 “의석을 늘리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우리나라 인구에 비하면 의원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국민 정서 때문에 겁이 나서 말을 못 하고있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부정적이다. 정개특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지금 직장인들은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줄이는 판에 유독 국회의원 숫자만 늘리자는 것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국회의원 정원 확대 발언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공보실은 문 대표 발언이 보도된 직후 “큰 의미가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새정연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야한다는 것은 평소 문 대표의 생각이었지만 국민 정서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정책적 검토를 진행한 뒤에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문 대표 발언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국회 불신이 심각하기 때문에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회를 만들 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의원 숫자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국회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제1야당의 대표라면 국회에서 진행되는 정개특위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이날 발언으로 어떤 식으로든 여야의 논의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해 호응을 얻었다. 그게 2년여 전이다,
 국민의 눈에 우리 국회는 ‘없어도 되는 존재’처럼 각인돼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모여 앉아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꽂혀 있다. 국민 의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국회의원을 늘리기 앞서 국민의 견해를 듣는 게 도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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