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연설은 ‘유승민 개인연설’?
  • 한동윤
새누리당 원내대표연설은 ‘유승민 개인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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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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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비판하고 노무현 띄운 유승민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 대표가 그 정당을 대표해 당의 정책과 노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앞두고 당에서는 대표연설을 준비하는 기구가 만들어지고 그 기구에서 만든 연설문이 대표연설자의 연설로 나타나게 된다. 말하자면 ‘개인’이 아닌 당을 대표한 연설이 바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다.
 지난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문제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정책을 ‘허구’(虛構)로 단정하고 반기(反旗)를 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와중에서 그가 성급하게 “실패”라고 낙인찍을 수 있느냐는 반발이다. 새누리당에서 그에 대한 비난이 속출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수’가 쏟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유 원내대표 연설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아닌 ‘유승민 연설’이었다는 비판이다.
 그는 ‘진영(陣營)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자’는 제목의 연설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고 했다. 이상적이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여야가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면 그처럼 훌륭한 일은 없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재원 조달 계획인)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된 데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를 성장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대표연설이 아니라 야당의 대표연설로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박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증세론’(增稅論)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물론 김무성 대표까지 반대하는 법인세(法人稅) 인상까지 치고 나왔다. 박 대통령 경제정책의 상징인 ‘창조경제’를 “성장을 위한 해법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 정책을 물고 늘어질 요량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주장이다.
 반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찬(極讚)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양극화 문제를 지적한 통찰(洞察)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대통령으로 처음 제기했다는 그의 주장도 검증해봐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된 각종 사회보장 정책이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는 과공(過恭)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을 칭찬한 데 그치지 않고 “최근 새정치연합이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는 것에 국가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원내대표 입장에서 새정연과 문재인 대표를 긍정 평가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새정연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에 반대했고, 천안함 폭침 5년이 지나서야 ‘북침’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공무원연금개혁을 질질 끌고 있다.
 유 원내대표 연설로 새누리당이 내홍(內訌)에 빠졌다.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복지-경제정책을 ‘허구’(虛構)라고 쏘아 붙임으로써 가뜩이나 좁아진 박 대통령의 정책입지가 더 난처해졌다.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정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혹독하게 비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친박’에서 이탈한 뒤 지나치게 박 대통령을 공격해왔다. 한·미 작전권전환 무기 연기 결정까지 비난했을 정도다.
 여당 원내대표가 여당이 당선시킨 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하면 그 정책은 탄력을 잃게 된다.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유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의 나아갈 길을 밝힌 것인지, 아니면 박 대통령에 대한 사감(私感)을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공개한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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