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독(毒)화살’ 날린 성완종
  • 한동윤
박근혜 정부에 ‘독(毒)화살’ 날린 성완종
  • 한동윤
  • 승인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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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구속·사면복권 받은 불사조(不死鳥)의 자살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남긴 ‘뇌물 메모’가 박근혜 정부의 몸통을 흔들고 있다. 그의 ‘자살 메모’에 든 인물들이 박근혜 정부의 전 현직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그가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돈을 줬다는 주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의 ‘뇌물 메모’는 그의 ‘자살’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성 회장의 별명이 ‘지하철’이라는 사실은 정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저곳에 인맥을 심어 놓고 교류해온 그의 활동반경이 땅 밑을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지하철과 닮았다고 해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빈손으로 가출해 국회의원을 거쳐 2조원대의 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달관(達觀)의 경지라는 것이다.
 그의 역정(歷程)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기업인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운명이 비운(悲運)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그 해 치러진 16대 총선 때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그는 2년 후인 2002년 치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건넸다. 그 대가로 성 회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았다. 국회의원 금배지가 눈에 어른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이 참패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선거 직후 그는 2년 전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7월 23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합의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미련 없이 항소를 포기했고, 형은 확정됐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석가탄신일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였다.
 성 회장은 그러나 노무현 특사 불과 3개월 뒤인 2005년 9월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되며 다시 검찰에 불려 다녔다. ‘행담도 게이트’에는 노무현 정부 실세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이 연루됐다. 성 회장은 행담도 개발사업 2단계 공사시공권을 받는 대가로, 김재복 행담도개발(주) 사장에게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가, 배임증재죄로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2007년 11월 23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성 회장은 이번에도 상고를 포기했다. 성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자마자 한 달 뒤인 그해 12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그를 기다렸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재인 새정연 대표다.
 그는 사면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통령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위 과학비즈니스벨트 태스크포스(TF) 민간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리고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꿈에 그리던 금배지를 받았다. 그러나 선거 때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1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성 회장은 불사조(不死鳥)같은 인물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두 차례나 특사를 받고 이명박 대통령인수위에 참여했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하철’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린다.
 그러나 그는 자살 직전 유독 박근혜 정부 핵심들의 이름만 적은 ‘뇌물메모’를 남겼다. 목숨을 버리면서 만든 메모이기에 세상사람들은 메모 내용을 전폭 믿는 눈치다. 그러나 수사는 느낌과 감(感)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뇌물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물증(物證)이 나와야 한다. 성 회장이 박근혜 정부 핵심들에게 가진 포한(抱恨)이 컸다면 물증까지 남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는데도 메모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은 ‘물귀신작전’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여야를 넘나드는 성 회장이 자살을 선택하면서 유독 박근혜 정부에 독화살을 날린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검찰은 ‘메모’ 그 이상의 뇌물 비리를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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