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유상(有償)-대학은 반값등록금
  • 한동윤
고등학교는 유상(有償)-대학은 반값등록금
  • 한동윤
  • 승인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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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이 떠받치는 80% 대학진학률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초등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본이다. 따라서 초등교육은 중·고등 교육과 대학교육, 대학원 교육을 포함한 고등교육보다 중요하다. 무상교육을 초등교육 과정에서부터 실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상교육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되는 것은 초·중등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무상교육에 이어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실시되지 못하는 이유는 재정(財政) 때문이다. 나라 살림이 좋아지면 초등=중등에 이어 고등학교 무상의무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기막힌 역전(逆轉)이 벌어진 곳이 대학의 반값 무상교육이다. 고등학교는 부모들이 돈을 대야하는데 대학교에만 가면 등록금의 2분의 1을 나라가 지원하는 것이다. 완전 거꾸로 복지다.
 반값 무상 등록금은 서민가정의 학생들도 대학교육을 평등하게 받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학보다 학자금이 훨씬 적고 기간도 짧은(3년)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 아니다. 반면 학자금도 훨씬 많고 학업 기간도 긴 대학교육은 반값 무상교육이다. 우선순위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정책이다.
 대학 반값등록금 지원을 위해 2015년에만 3.9조원의 예산이 편성 되어 있다. 같은해 초등학교 ‘무상급식’ 비용은 2.6조원이다. 무상급식 예산보다 많은 돈이 대학등록금 반값을 위해 투입되는 것이다. 만약 반값등록금을 시정하면 고등학교의 무상의무교육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 안되고 대학교육부터 반값 무상교육이 도입됐을까. 그건 고등학생에게는 투표권이 없지만 대학생들에게는 투표권이 있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아부해 표를 얻기 위해 여야가 담합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은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불만을 가져봐야 별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타락한 복지포퓰리즘이다.
 대학교 반값 무상교육은 엉터리 무자격 대학을 양산하고, 대학교에 갈 필요가 없는 고졸자들까지 대학으로 밀어 넣는 부작용을 몰고 왔다. 그러다 보니 전국 읍단위까지 대학이 들어서고 논두렁 밭두렁에 원룸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OECD 국가들의 대학진학률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80% 이상으로 단연 최고다. 선진국인 독일이 39%, 미국이 40% 정도에 불과하다. 질 낮은 대학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까지 무더기 진학하다 보니 대학을 졸업해봐야 ‘고급인력’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대기업이 질 낮은 대졸자들을 채용할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대졸 백수들이 눈 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도 아니다. “이웃집 누구 누구는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나라고 허접한 중소기업에 갈 수 있느냐”는 베짱이 심보다. 대학마다 졸업을 몇 년 씩 미루고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백수들, 학문적 성취욕도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고등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모두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진학률을 높인 탓이다.
 과도한 대학진학률은 미취업 대학졸업자를 아르바이트비 88만원으로 생활한다는 ‘88세대’를 양산했고,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못해 결국 출산율까지 하락하는 기형적인 인구 구조를 만들어 낸 원흉(元兇)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자마자 한 좌파언론은 “홍준표 무상급식 폐지가 제대로 될까”라는 글을 올렸다. 홍 지사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니 그가 추진 중인 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단이다. 무상복지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
 ‘복지’의 원칙과 정신은 ‘진정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복지는 ‘무차별 복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복지가 반값 등록금이다. 서민의 자식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준다지만 그건 공부 열심히하는 학생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 그 것도 ‘장학금’이라는 훌륭한 제도에 의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 졸업하고도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청년백수를 위한 ‘반값등록금’은 재고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보다 더 시급한 건 고등학교 무상의무교육 준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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