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손자에 빚더미 물려주는 사악한 조상?
  • 한동윤
자식·손자에 빚더미 물려주는 사악한 조상?
  • 한동윤
  • 승인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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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보장 공무원 위해 희생하는 봉급생활자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소득대체율’이니, ‘보험료율’이니, ‘기여율’이니, ‘지급률’이니 너무 복잡하다.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나온 말들이 국민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보험료율을 얼마나 높여야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일 수 있는 지 범인(凡人)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여야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지금의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시스템 아래서는 기존 공무원이나 기성세대가 자기가 낸 돈보다 더 받아간다는 것이다. 더 분명한 것은 그로 말미암은 부담이 후손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월간조선 배진영 기자가 실감나게 폭로한 글을 자유기업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배 기자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해 절절한 국내외 역사의 아픔을 소개했다. 그는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瀕死)의 사자상(獅子像)’을 소개했다. 이 조각상은 프랑스혁명 와중에 파리 루이 16세를 지키다가 전사(戰死)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傭兵)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스위스는 선진부국(先進富國)이지만, 한때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였다. 내다 팔 것이라고는 사람, 즉 용병밖에 없었다. 스위스 용병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들이 후퇴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후퇴해서 “스위스 용병은 비겁하다”는 평판이 나면, 장차 형제, 친구, 자식들의 일거리가 끊기기 때문이었다. 1792년 8월 10일 파리 튈르리궁이 폭도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에 스위스 용병들이 모두 목숨을 던진 것도 그 때문이다. 스위스인들은 1821년 이들을 기려 ‘빈사의 사자상’을 만들었다.
 4월 26일 대지진이 네팔을 덮쳤다. 며칠 후 비극의 현장에 영국 군복을 입은 검은 머리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네팔 출신 구르카 용병들이다. 이들은 고국의 재앙 소식을 듣고 구조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왔다.
 19세기 초 이래 구르카 용병들이 대영제국 군복을 입게 된 것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연봉은 약 2만4000달러. 네팔 평균임금의 50배다. 구르카 용병도 결코 후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구르카 용병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자식들이 용병 일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1964년 12월 10일 서독 함보른광산에서 파독(派獨)광부·간호사들 앞에 선 박정희 대통령은 “여러분, 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정말 반드시….” 대통령도 울고, 영부인도 울고, 광부 간호사들도 울었다. 울음을 삼키며 박 대통령은 “우리 당대에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번영의 기틀이라도 마련하자”고….
 지금의 공무원연금 구조는 한 마디로 공무원들이 자기들이 낸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면서 그 때문에 생긴 구멍은 후손들이 메우는 구조다. 세금으로 메우는 돈이 하루에 80억원이다. 40대 초만 넘어도 언제 회사에서 떨려날지 전전긍긍하는 인생들이 60세까지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연금을 내 주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위해서는 월급에서 국민연금에 떼는 돈의 비율(보험료율)이 9%, 소득대체율 50%가 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이 10.01%가 되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재의 40%에서 50%로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 인상은 1.0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소득대체율 50%를 맞춰 나가면 2060년 기금 고갈 시점부터 보험료율이 25.3%로 급등한다. 현재 보험료율의 2.8배가 넘는다. 그 부담은 2060년 이후의 세대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합의를 해놓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내가 책임지겠다”며 야당과 합의했다.
 배 기자는 절절한 글로 여야 공무원·국민연금 개혁안의 문제점을 폭로했다. 그리고 끝으로 “제발 부탁이다. 스위스 용병, 구르카 용병들처럼 후손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희생하지는 못 할망정 자식, 손자에게 빚더미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사악한 조상은 되지 말자”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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