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출산·집·꿈·희망 포기한 ‘칠포세대’
  • 한동윤
연애·결혼·출산·집·꿈·희망 포기한 ‘칠포세대’
  • 한동윤
  • 승인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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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일자리 빼앗는 기성세대의 정년연장법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삼포세대’(三抛世代)는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젊은 세대의 취업난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세대를 표현한 조어(造語)다. 그러나 이 ‘삼포세대’도 이젠 옛말이 됐다. 지금은 ‘칠포세대’(七抛世代)다.
 ‘칠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집, 인간관계, 꿈, 희망 모두를 포기한 세대라는 자조적 용어다. 미래의 희망에 충만해 앞날을 헤쳐 나가야 할 20대 청년들이 좌절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의미다. 비참하다.
 젊은이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집, 인간관계, 꿈, 희망 모두를 포기해야 하도록 절망 속에 몰아넣는 것은 그들의 부모인 기성세대다. 2013년 4월 국회에서 통과된 ‘정년연장법’은 기성세대가 자식 세대의 앞길을 막은 대표적인 취업장벽이다.
 정년연장법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했어도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는 강력한 내용이다. 법이 통과되자 노동계는 대환영했고 재계는 걱정에 휩싸였다. 정년을 연장하는 만큼 젊은 층을 취업시킬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자식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격이다. 여야 정치권이 기성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해 야합(野合)한 셈이다.
 정년연장이 고용절벽을 초래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년으로 나갈 고임금 인력을 더 고용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이 6% 감소할 것이란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는 바로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이 6년새 40% 늘어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경험이 없는 20~30대가 9만5000명이다. 청년 백수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양보 없이는 자식들의 고용절벽을 피할 수 없다.
 정년연장법의 대안(代案)으로 정부가 뽑아든 카드가 ‘임금피크제’다. 일정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고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삭감된 임금으로 청년 취업자를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 연장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최대 월 9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에게는 고액연봉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청년고용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반대다. 정년연장도 모자라 받고 있는 임금까지 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이윤을 줄이고 사내 적립금을 풀면 정년연장도 젊은 세대 채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젊은 층을 괴롭히는 데 뒤지지 않는다. 얼마 전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논란은 선거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40~50대 이상 국민만을 의식한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향후 70년간 1600조원에 이르는 돈을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한다. 결국 ‘칠포세대’에게 국민연금 폭탄을 안겨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국회를 향해 “오랫동안 계류 중인 민생 법안 중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올 4월 청년 실업률이 1998년 외환 위기 수준으로 상승하고 취직못해 휴학하는 대학생이 45만명으로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안타까운 수치까지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청년 일자리 관련 법’은 청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산업지원법 등이다. 관광진흥법은 학교 인근 관광호텔 신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 하나만으로도 2017년까지 7000억원의 투자와 1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당 반대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칠포세대’의 눈물과 한숨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자식들 일자리를 빼앗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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