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격류 속에서 만난 문학, 사람을 움직이는 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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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격류 속에서 만난 문학, 사람을 움직이는 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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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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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서경식 지음·서은혜 옮김 l 현암사 l 1만4000원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가?’, ‘독자는 누구인가?’라는 초조함과도 닮은 문제의식은 이미 중학교 시절 단편소설을 쓸 때 싹텄고, 그 후에도 성가시게 계속 이어지면서 점점 비대해지는 난제이다. 재일조선인인 내가 일본어로 일본인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는 행위의 복잡한 의미에 관하여, 나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생각해온 셈이다.”(28쪽)
 서경식(64)은 재일 조선인 2세 작가다. 한국인과 일본인, 재일조선인의 경계에서 계속된 그의 정체성 고민은 ‘난민과 국민 사이’, ‘언어의 감옥에서’, ‘디아스포라의 눈’,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등의 저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씨의 신간 ‘시의 힘’(현암사)은 그의 문학관을 정리한 책이다. 작가가 근래에 강연한 내용 가운데 문학과 관련한 것들을 엮었다.
 서씨가 다닌 소학교는 저소득층과 재일조선인 등 소외된 이들이 많이 사는 마을에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얼떨결에 친구 물건을 훔쳐 군것질하는 데 가담하고는 줄곧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씨가 진학한 중학교는 중산계급 자녀가 다니는 국립 교육대학 부속 중학교였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잡지에 자신이 소학교 시절 도둑질을 한 이 이야기를 소재로 단편을 실었다. 

 서씨는 이 단편에 자신이 일생에 걸쳐 쓴 글들의 구조적 원형이 있다고 털어놨다.
 “요컨대 나는 저소득층 피차별자의 세계로부터 중산층 주류들의 세계로 옮아갔고(비유하자면 식민지에서 종주국으로, 조선에서 일본으로 옮아갔고), 양자 사이의 경계에 서서 주위 사람들에게 ‘타자’ 인식을 촉구하려는 동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24∼25쪽)
 서씨는 이후 처음으로 분단된 ‘조국’을 찾은 고등학교 때, 그리고 서울서 공부하던 두 형이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대학시절 등을 거치면서 재일조선인인 자신의 ‘타자성’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런 그의 ‘타자’로서 문제의식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책은 시대의 격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그의 개인사와 그 안에서 만난 문학과 언어 이야기를 다룬 비평집이다. 일제 강점기 윤동주의 시, 중일 전쟁 중에 나온 루쉰의 에세이,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문학까지 사람을 움직인 문학의 힘을 돌아봤다.
 책 제목 ‘시의 힘’은 저자가 2012년 12월 도쿄에서 진행한 ‘시인회의 창립 50주년 모임’ 강연에서 말한 내용에서 따왔다. 
 저자는 시의 힘을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시인이란 어떤 경우에도 침묵해선 안 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요컨대 이것은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 효율적인지 아닌지, 유효한지 어떤지 하는 이야기와는 다르다는 말이다.”(154쪽)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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