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공공기관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 21명이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공공기관 감사 혁신 포럼’을 명분으로 남미 관광지 칠레 산티아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순방에 나섰다. 10박11일로 짜여진 여행 1인당 경비는 8백만원 안팎. 소속 공기업. 공공기관이 댔다. `포럼’을 빙자한 초호화 유람이다.
호화 관광을 주관한 단체는 `공기업. 공공기관 감사포럼’이다. 지난해 11월 기획예산처가 공기업,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제정한 공공기관운영법에 맞춰 만든 단체다. 결국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공기업 감사가 `방만 경영’을 조장하는 초호화 관광에 나섰다는 얘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호화 출장을 간 감사의 상당수가 여당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캠프에서 활약했거나, 열린우리당에서 활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환경운동 등 시민단체와 청와대 출신도 끼여 있다. 한마디로 `낙하산 인사’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곳간을 지키라고 세운 파수꾼이 곳간을 터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무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제 흉은 눈 감고 남의 흉에 눈을 부릅떠서 감사업무가 제대로 될 것인가”라고 개탄도 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낙하산 인사에 비난이 나올 때마다 `혁신’ 운운하며 낙하산 인사를 감싸온 입으로 이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물소리도 시끄러운 이과수 폭포 아래서 무슨 얼어죽을 `혁신’을 말하겠다는 것인지 울화가 치민다.
호화 관광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들은 여행 도중 귀국하기로 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조기 귀국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세금 또는 국민 부담으로 운영되는 공기관 감사 자격 그 자체도 문제 삼아야 한다.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내라는 말이다. 그러기 싫거든 아예 이과수 폭포에서 평생 물소리나 듣고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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