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개통을 코앞에 둔 시간에 길을 막고는 주민불만의 원인인 횡단보도와 부대시설 설치 협상에 나섰다. 이미 오래전에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도로의 구조·시설에 관한 규칙’을 내세워 들은 척도 않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말썽이 불거지자 실적으로 내세웠던 하수박스 설치 공기단축까지 먹칠당하는 사태 까지 벌어지고 있다. 포항시 행정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는 모양새다.
도로행정만 이런 것이 아니다. 포항북부해수욕장에 설치한다는 고사분수는 세부운영계획조차 서있지 않다. 7월 불빛 축제에 맞춰 본격 운영한다는 원칙만 마련했을 뿐이다. 여기에 들어갈 한 달 전기료만 해도 한전 추정액보다 500만원이나 적다. 추경이 대안일 뿐이다.
현재 지적된 것은 두 가지 뿐이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적 과시만 서두르는 행정 풍토인 것 같다. 이미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은퇴자촌 건립계획만 꼽아도 그렇다. 내부검토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같은 사안을 불쑥 발설해 혼란만 부채질하지 않았던가. 이런 식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사례들은 이밖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포항시의 실적 과시 조급증은 결국 고질(痼疾)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행정을 맡은 이상 성과도 올려야하고 실적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설익은 결과를 실적으로 포장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도로개통 연기사태를 박승호 포항시장의 일본방문 일정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출국 시기에 맞춰 한 건 올리느라 서둘렀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런 추측을 하게 한 잘못은 누가 저지른 것인가.
시행착오도 한두번이지 습성이 배면 체질이 된다. 그 체질은 고질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포항시는 첫 단추를 잘못 꿰어 결과를 그르친 전례들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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