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수전~석포간 옛길 인공적 구조 개발… 주민 반발
트레킹 코스로 유명해지면서 온갖 개발과 구조물들이 설치돼 지금은 ‘울릉도 둘레길’로 이름 조차 바뀌는 등 옛길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울릉도의 마지막 일주도로 유보구간(4.4㎞), 아직 뚫리지 못한 이 구간에 옛날부터 주민들이 마을과 마을사이를 오가던 산길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바로 내수전 트레킹 코스다. 과거 천부 주민들이 도동으로 넘어올 때 다니던 길이다.
토박이들도 내수전과 석포간의 이 길을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잘 자라고 때묻지 않은 나무들과 풀들로 인해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나무뿌리가 도로 중간중간에 툭 튀어나와 이리저리 꼬여 척박한 땅의 바위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벼랑 경사면엔 고사리 등 산나물들이 지천이다. 이는 울릉도의 자연이 때묻지 않고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을 말한다. 햇살이 비출 만한 틈엔 애기똥풀, 섬초롱 등 야생화도 많이 피었다. 척박하고 모진 환경에서 햇살 한 줄기 이슬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고 자란다.
고단했던 울릉도 사람들이 눈물깨나 뿌렸던 오솔길은 낮에도 어둑어둑 할만큼 원시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자연그대로 지키고 보존해야할 아름답고 소답스런 옛길이 망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지사에서 시행하는 내수전 지역 창의 아이디어 사업으로 일부 구간이 흙길이 없어지고 그위에 포장했다.
양쪽 길섶으로 보이던 울릉도에만 있는 여우꼬리사초와 일색고사리, 파란 이끼와 이름모를 잡초들은 보이지않고 수년전 설치한 식생블록만 볼썽사납게 시야에 들어온다.
식생블록이 공사관계자에게도 보기가 흉했을까? 북면 석포 정상에서 파온 대나무를 심어 식생블록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매주 휴일이면 이길을 찾는다는 주민 박모(57·울릉읍 저동)씨는 “그렇게도 정겨운 옛길을 수년전부터 아까운 예산을 들여 인공적인 구조물로 자연을 훼손해야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고 지적했다.
현지 주민들도 “3.4㎞ 거리에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어 최적의 생태 탐사코스로도 손꼽히는 선조들이 걷던 소중한 옛길에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함께 구간마다 흘러내리는 무공해의 시원한 산물을 마시며 우리 모두가 특권을 누려야 할 그 길을 자연그대로 보존할 수 없는지 되묻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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