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을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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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밭을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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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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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경북도민일보] 마음을 밭에 비유하기도 한다. 밭에는 온갖 식물들이 자란다. 곡식이나 화초 같은 소중한 것들도 자라지만 잡초나 독초 같은 것들도 자란다. 마음 밭을 가꾸는 것은 마음 안에 자라는 나쁜 독초와 잡초들은 뽑아내고 소중한 것들을 기르자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풀들이 자란다.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나는 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마음의 구조와 작용에 대해서는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서로 다른 학설들을 제시하지만 통일된 견해는 없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정도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개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은 마음속의 다양한 요소가 그 사람의 성격과 됨됨이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것을 마음 밭에 자라고 있는 식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등기부 상으로는 논을 했던 땅이다. 그런데 최근 사 오십년 정도는 밭으로 사용한 곳이다. 고랭지 채소를 심거나 고추를 심거나 아니면 콩을 번갈아 심으며 농사를 지었던 땅이다. 지금까지는 농부가 알뜰하게 농사를 지은 탓으로 잡초도 자라지 않고 곡식들만 무럭무럭 잘 자라던 밭이다.
 그 밭에 호두나무를 심으려고 굴삭기로 1m 정도의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식목하기 좋은 날을 잡아 나무를 심었다. 호두나무의 새 순이 무럭무럭 자라던 5월 무렵, 호두나무 주변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식물들이 파란 빛깔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 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풀이었다. 짐작하건데 나무를 심으려고 땅을 팠을 때 땅 속에 묻혀있던 씨앗들이 땅위로 올라와서 싹을 틔운 것으로 보였다.
 7월이 지날 무렵 그 식물들은 무릎 높이 정도로 자라더니 좁쌀과 같은 작은 씨앗을 매달기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논에서 자라는 ‘피’라는 식물이었다. 도대체 이 식물이 왜 여기에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땅 속에 묻혀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피 씨앗들이 굴삭기로 땅을 파헤치자 땅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는 알맞은 조건이 갖추어지자 바로 싹을 틔우고는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매단 것이다. 50년 전인지 100년 전인지 아니면 그 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긴 세월 동안 땅 속 깊이 묻혀 있다가 굴삭기에 의해 땅 밖으로 나왔고 그리고는 곧장 자란 것이다. 이곳에는 신라시대에도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언제 땅 속에 묻힌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곳에 벼를 심지 않고 과거에 산삼을 재배했다면 굴삭기로 땅을 파헤쳤을 때에 삼씨가 올라와서 삼이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땅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를 알 수 없듯이 우리들 마음속에도 무슨 씨앗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마음 밭을 가꾼다는 것은 마음속에 좋은 생각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나쁜 생각이나 행동은 뽑아내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기르는 일이다. 분노와 적개심 그리고 시기와 질투 등의 감정은 마음 밭에 자라는 나쁜 잡초들이다. 그것은 남을 해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흔들고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남이 잘되면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쁜 잡초임은 분명하다.
 좋은 행동과 생각은 길러야 한다. 남을 위로하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배려하는 등의 태도는 매우 좋은 씨앗이다. 좋은 씨앗은 부지런히 마음 밭에 뿌려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씨앗들은 자라나게 된다.
 생각으로도 씨앗을 만들고, 말로서도 씨앗을 만들고, 행동으로서도 씨앗을 만든다. 씨앗의 근원이 되는 것은 생각이다. 항상 생각을 바르게 함으로써 좋은 씨앗을 만들어 가야한다. 좋은 씨앗이든 나쁜 씨앗이든 환경이 갖추어지면 반드시 자라게 된다. 갑자기 밭에서 피가 올라오듯이 숨겨진 씨앗은 언젠가는 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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