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출마론’ 비웃은 오세훈·안대희
  • 한동윤
‘험지출마론’ 비웃은 오세훈·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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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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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논란과 관련, 서울시장직을 사퇴했다. 그 바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돼 박원순 현 시장이 당선됐다. 청와대 다음으로 중요한 수도 서울을 야당에 넘겨준 빌미를 제공한 주인공이 오 전 시장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남미 등을 오가며 정치 재개의 기회를 노렸다. 각종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며 활동 폭을 넓혔다.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 넘겨줬다는 뼈아픈 비난을 들어온 그로서는 4월 국회의원선거가 절호의 찬스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는 ‘정치 1번지’인 서울의 종로를 염두에 두고 열심히 뛰었다. 종로에 당협위원장으로 지난 4년 간 열심히 표밭을 갈아온 정인봉 전 의원이 있는데도 남의 집 안방을 노린 셈이다. 종로에는 이곳에서 재선한 박진 전 의원도 있다. 차기 대권주자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로서는 ‘정치 1번지’에 승부수를 던져 더 큰 꿈을 키우겠다는 야심이 있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의 비중을 감안해 ‘험지출마’를 권했다. 서울의 강북이나 영등포, 구로 등 야당 중진이 버티고 있는 지역에 출마해 극적인 승부를 펼칠 것을 바란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당의 요청을 수락할 듯했으나 17일 느닷없이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박진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이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정면 대결 선언이다.
 오 전 시장이 다가 아니다. “부산 해운대 출마“를 선언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도 오 전 시장과 같은 날 갑자기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유는 마포 갑에 있는 숭문고를 졸업했다는 것 하나다. 이 지역에서 4년 동안 공을 들여온 당협위원장 강승규 전 의원과 지지자들은 “어디다 숟가락을 얹느냐”며 반발했다. 결국 김무성 대표가 총선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험지출마를 요청한 오세훈-안대희 두 사람이 김 대표의 구도를 무너뜨린 격이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난(自中之亂)이다.

  오·안 두 사람을 만나 ‘험지출마’를 설득했던 김 대표는 자신의 의도가 수포로 돌아가자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오·안 두 사람도 ‘상향식 공천’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정치력에 큰 상처가 남았다.
 김 대표는 줄곧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왔다. 친박의 ‘전략공천’을 일축했다. 친박의 무혈입성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김 대표가 유리한 현재의 당내 역학구도를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가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경선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연일 외부인사 영입으로 경쟁하는데도 새누리당은 ‘빈손’이다. 김 대표가 종편 출연자와 변호사를 대거 입당시켰지만 누구에게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미 입당한 인물을 ‘영입’으로 포장하는 바람에 망신당했고, 약관의 변호사들 영입으로 새누리당이 밑바닥 민심에 역행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전략부재’다. 오세훈 전 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나홀로’ 출마선언은 김 대표의 체면에 구정물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한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19일 “새누리당은 총선에 대비해 이미 정치개혁을 이뤄냈다.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전략공천 요구에 대한 정면 거부다. 그는 또 당내의 인재영입론에 대해서도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생각과 경험을 나눈 유능한 후보들이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미 영입이 끝났다는 것이다. 또 야당의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서도 “야당은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의 전략공천으로 선정한 ‘뿌리 없는 꽃꽂이 후보’라고 깎아 내렸다. 반면 여당 후보는 상향공천으로 지역에서 출발하는 ‘생명력 있는 풀뿌리 후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선거구 협상 과정에서  투표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그러자 수도권 출신의원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몇백 표, 몇십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 ‘18세 투표권’은 독약(毒藥)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험지출마’ 조차 관철시키지 못한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이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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