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혹독한 추위를 의인화한 낱말 ‘동장군(冬將軍)’의 유래는 임진왜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이 있다. 1592년에 발발한 전쟁이 7년이나 계속되는 동안 전사(戰士)들이 예닐곱 번 야전에서 겨울과 싸우는 고통을 겪으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프랑스 군인 나폴레옹1세가 일으킨 러시아 전쟁 때 생겨난 말이란 설명은 보다 구체적이다.
나폴레옹1세는 1812년 5월 31일 45만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러시아 원정에 나섰으나 전쟁이 길어졌다. 전장에서 겨울을 나게 된 나폴레옹 군대는 극한 상황에 부닥쳤다. 영하 25도의 혹한이 몰아닥쳤던 거다. 나폴레옹은 마침내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그해 12월 18일 퇴각했다. 그때 병사들 사이에 “혹한이 막강 군대보다 더 무서운 장군”이란 말이 나왔다는 거다.
얼음이 얼지 않아 애태우던 썰매장은 뒤늦게 찾아온 맹추위로 신바람이 났다. 예천의 소백산자락 황태덕장도 마찬가지다.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은 혹한 덕분에 지난주 대회를 잘 치렀다. 날씨가 추울수록 품질이 좋다는 포항 구룡포과메기도 날개가 돋쳤다. 이처럼 혹한이 고마운 사람도 많으니 일러 ‘혹한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이달 말까지는 추울 거란다. 강추위에 봄이 기다려지기도 하겠지만 한파를 사뭇 반기는 사람들 함박웃음을 생각하면서 이 추위 너무 지청구 않는 것도 군자의 도(道)라면 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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