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 뚫린 정부청사, 테러 막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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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에 뚫린 정부청사, 테러 막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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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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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공무원 시험 수험생이 서울 정부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했다.
 인사혁신처와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7급 시험에 응시한 송모(26)씨는 지난달 26일 밤 정부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침입했다. 그는 시험 담당자의 개인용 컴퓨터(PC)를 켠 뒤 합격자 명단을 조작해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송씨는 지난 3월 5일 시험 문제지를 훔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청사 체력단련장 탈의실에 들어가 통일부 등 입주기관 공무원 신분증을 여러 개 훔쳤다. 그러나 합격자 명단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합격자가 1명 늘어난 것을 발견하고 뒤늦게 수사를 의뢰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2월 말~3월 말까지 거의 한 달간 정부 서울청사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지만, 정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의 보안관리 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민간인이 정부청사 체력단련장에 제집처럼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로 경비와 방호가 허술했다.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점은 공무원증 분실이 여러 건이었는데도 왜 한 달간이나 효력정지를 시키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국가 주요시설에 대해 경계 강화를 지시한 기간이었다.

 만약 테러범이 마음만 먹었으면 국무총리와 장관 집무실이 몰려있는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일선 현장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 사무실의 전자 도어록과 시험 담당자 컴퓨터에 설정된 비밀번호가 무방비 상태였던 것도 너무 어이가 없다.
 정부도 할 말을 잃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 핵심시설인 정부청사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안강화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0월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으로 정부 서울청사에 침입한 뒤 불을 지르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정부는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불과 5년도 안 돼 정부청사의 보안 시스템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라는 자랑도 무색해졌다. 20대 공시생에게 PC 암호 등 모든 정보 보안이 손쉽게 해제됐다. 인사혁신처 직원이 이튿날 비밀번호가 해제된 사실을 알고도 즉시 조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얼마나 터무니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에 내부 공모자가 있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퍼지고 있을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내부 공모자가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컴퓨터만 수천 대가 있을 텐데, 담당자 컴퓨터를 정확히 찍어서 파일까지 찾아내 성적을 고치는 게 과연 내부 협조 없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나라의 기강과 보안 의식을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신뢰성 있는 후속 대책을 내놓는 것이 일을 풀어가는 순서다. 엄하게 사건을 매듭짓지 않으면 다시 기강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말로만 보안강화 대책을 반복한다면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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