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뚫려놓고 사건 축소에만 급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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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뚫려놓고 사건 축소에만 급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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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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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수준의 경비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정부청사가 20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에게 뚫린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어이없는 사실들이 속속드러나고 있다.
 허술한 청사 경비도 문제지만 공무원의 한심한 보안 의식이 민낯을 보였고 사건 축소·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 감찰 부서와 경찰이 청사 관리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와 공무원 시험 관리부서인 인사혁신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기된 사건 축소·은폐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혁신처 도어록 옆에 청소 직원들이 편의를 위해 적어 놓은 비밀번호의 삭제 조처가 의혹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시생 송 모(26)씨는 도어록 옆에 써놓은 비밀번호를 눌러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혁신처는 이달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 도어록 옆 비밀번호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고, 그 비밀번호는 신고 하루 전 행자부 직원의 지시로 청소 직원이 지웠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확인하러 갔을 때는 당연히비밀번호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두 부처가 관리 책임을 숨기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직원의 개인용컴퓨터(PC) 보안지침 준수 여부에 관한 인사처의 미숙한 설명도 불신을 부채질했다. 혁신처가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직원의 해명만 믿고 “모든 보안지침을 이행했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거짓 해명으로 드러난 것이다.
 송 씨는 혁신처 채용관리과 컴퓨터 2대로 성적을 조작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 2대의 컴퓨터는 공무원 PC 보안지침 4개 항목 중 2개만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일이 터지면 섣부른 해명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행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상부터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사실관계를 가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는 공무원 시험 관리의 허점도 드러났다. 송 씨는 자신이 응시한 ‘지역인재 7급 공채’ 응시자격을 위한 1차 시험에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쳐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응시자격을 주는 제도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인 공직 적격성 심사(PSAT), 면접시험 등으로 구성된다. 송 씨는 대학에서는 PSAT 문제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된 5개 학원에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제를 낸 학원을 알아낸 뒤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다고 한다.
 이러니 정부청사 보안만큼이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 시험 관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제(9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16만3000여명이 응시했다니 가히 공무원 시험 열풍이라 할 만하다. 그들은 모두 공무원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고 있어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 사무실이 외부인에게 뚫려 ‘성적 조작’까지 이뤄진 이번 사건은 수많은 공시생의 희망을 꺾고 불신을 사는 일이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혁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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