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미울수록 투표장에 가야 한다
  • 정재모
정치가 미울수록 투표장에 가야 한다
  • 정재모
  • 승인 201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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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일이 밝았다. 유권자들은 귀에 피가 나도록 시끄러운 지난 2주간의 선거판에 깽판이라도 놔버리고 싶은 심정들을 용케도 잘 참고 무사히 오늘 선거일 아침을 맞는다. 참느라 모두들 엔간히도 속 썩였으리라.
 이번 총선 민심은 한마디로 ‘정치혐오감’이었다. 유권자들은 정당·후보 모두가 그저 가소롭고 꼴 보기 싫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국회의원 선거가 다 뭐냐”는 소리가 욕설과 함께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건 단순히 생활주변에 파고든 유세 스피커가 시끄러워서 보인 반응이 아니었다. 선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었고 혐오였다.
 이번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이 같은 거부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여야 정당들이 만들었다. 지난 연말 야당이 쪼개지는 과정을 전후하여 보여준 이른바 패권주의적 작태 때문에 야권 지지층 상당수가 고개를 돌렸다. 여당이 연출한 상식 밖 공천과 전대미문의 ‘옥쇄파동’ 따위 기상천외한 막장극이 지지층 다수로 하여금 정치에 구역질 나게 했다. 이래 놓고도 후보들은 코를 땅에 박거나 석고대죄 하듯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꼴들을 ‘연기’했다. 그 꼴불견 생쇼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런 선거판인지라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엊그제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전국 투표율이 기대치를 밑도는 12.19%인 가운데 부산은 9.8%로 전국 최저였고 대구가 10.1%로 그 다음이었다. 영남권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즈음하여 정치를 얼마나 탐탁찮게 여기는지 가늠케 하는 사전투표율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오늘 투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신성한 주권행사 운운하는 중앙선관위식 독려가 아니라 싫은 정당이 세를 얻도록 놔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선량(選良)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우리의 대표가 되어 설치는 꼴은 볼 수 없지 않겠는가. 특히 이번 총선처럼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더럽게 만들어놓은 선거라면 오기로라도 악착같이 표 찍으러 가야한다.

 많은 유권자들에게 찍을 후보가 없고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투표장에 나가라니!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 투표한단 말이냐?’ 이런 힐문에 똑 부러지게 내 놓을 대답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장에 나가서 과일 고르듯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잘 익었으되 싱싱한 것, 벌레 먹지 않은 놈, 농약을 많이 치지 않고 재배한 것 따위를 모두 만족시킬 최선의 과일을 이 시대에 찾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차선(次善)의 것이나마 찾게 될 것이고 그마저 없다면 ‘차차선’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유권자들은 차선이고 ‘차차선’이고가 아예 없다고 말한다. 이번 선거판 모양새를 돌아보면 이해할 만한 푸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한다면 좋아할 자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녕 표를 줄 데를 찾지 못한 유권자들은 가장 표를 주어서는 안 될 후보부터 거꾸로 검토를 하여 맨 마지막에 남는 후보에게 기표하면 된다.
 모든 후보가 안 좋은 후보로 보인다 최악의 후보보다 좀 덜한 차악(次惡), ‘차차악’을 가려보자는 말이다. 제일 나쁜 후보, 그다음 나쁜 후보, 또 그다음 나쁜 후보를 착착 추려나가다 보면 맨 마지막에 하나만 남을 거다. 그 후보를 선택하면 그게 그나마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부도덕한 자, 형벌을 받았던 자, 전에 공직을 맡겼더니 나쁜 짓하여 말썽을 일으켰던 자, 일은 않고 권력만 누려온 자, 입으로만 조국 나불거리고 군에도 안 갔다온 자… 조금만 기억을 더듬으면 ‘나쁜 후보’는 보이기 시작한다.
 나쁜 후보고 좋은 후보이고를 떠나서 특정 정당이 밉고 싫다면 덜 밉고 덜 싫은 정당을 고르면 될 것이다. 가령 여당이 싫은 유권자라면 그동안 눈길 한 번 안 주고 관심 밖에 밀쳐뒀던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찍으면 된다. 야당과 무소속들 하는 꼴이 정녕 보기 싫어 죽겠다면 지금껏 별 관심 없던 여당에게 망설임 없이 투표하면 그만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혁명은 그렇게 한 번 이뤄 봤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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