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여권의 대통합 시간표는 6월중 통합신당 창당 선언→ 7월 신당 창당→ 8월 이후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범 여권 통합 시한으로 정한 6월 14일까지 뭔가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경선관리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경우 신청 마감시한은 8월말이다. 또 선거운동 개시일(11월28일)로부터 30일 전인 10월28일까지 당내 경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경선기간을 30일로 잡으면 9월29일쯤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 선관위에 30일 전 신청해야 하는 규정을 감안하면 8월30일 경선신청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45억원의 경선비용 가운데 선관위가 부담하는 2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통합작업은 궤멸상태다. 6월 14일은 무의미해졌다. 분당 기운만 넘쳐난다.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3지대로 뛰쳐 나가 범 여권을 아우르는 정당 창당을 모색키로 했다. 8일에는 대변인을 포함한 열린우리당 의원 16명이 집단 탈당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이들의 탈당을 높게 평가했다.
이미 민주당은 민주개혁통합신당과 소통합에 합의했다. `중도통합민주당’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얘기만 나오면 질겁이다. 노 대통령 그림자만 비치면 모든 선거에서 참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을 향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라”고 재촉이다. 대통합이 물건너 가면 범여권은 열린우리당-제3지대 신당-통합민주당으로 3분 된다. 그렇게 되면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가 독자 출마해 정권을 노태우 군부정부에 넘겨준 악몽을 떠 올릴 수 밖에 없다. “콜드게임 당하게 생겼다”는 비명이 들려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은 범 여권후보 단일화를 통해 재집권하자는 오기와 의지, 청사진이 담겨 있다. 대통합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범 여권 제 정파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 뒤 유력한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자는 내용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효력을 아직껏 믿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이게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후보단일화 모색이 `대통합 반대’로 읽혀지면서 대통합을 바라는 열린우리당 소속의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후보단일화 발언이 나온지 3일만에 정동영-김근태-문희상 전의장이 “제3지대에서 대통합을 위한 전진기지를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밖으로 나가겠다는 얘기다. 정대철 고문도 동행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탈당파는 50명을 넘을 수 있다.
이들의 목표는 제3지대에서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나아가 시민사회단체와의 결합에 있다. 그러나 간단치 않다.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은 이미 노 대통령으로부터 상처를 입을대로 입었다. “사람 잘못 봤다”는 평가는 “아예 정치를 때려 치우라”는 것과 같다. 당장 제3지대에서 통합의 전진기지를 만들어 통합에 나서면 이들에게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이 걸림돌이다. 김근태 전 의장은 “친노와 못한다”고 못 박았다. 친노인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통합신당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통합이 되면”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후보단일화에 열중하는 반면 탈당파들이 통합에 몰입하면 꼬이게 돼있다.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은 더 힘들다. 노 대통령과 친노에 대한 거부감이 노골적이다.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국정 파탄자’라고 딱지 붙인 박상천 대표가 버티고 있다. `살생부’를 접었다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국정 파탄자의 범주에는 통합을 이끈다는 정동영-김근태 두사람이 포함돼 있고, 김 전 의장은 `과격 좌파’라는 레테르 까지 붙었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은 산산히부서져 나가고 있다. 성공한 대통령일지 몰라도 정치에는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선거법을 무시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미련과 집착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집착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대통령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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