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향채(香菜) 캐 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도라지) 으아리(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풀)를 일분은 엮어 달고 이분은 무쳐 먹세…’ 서민 농가 각 가정이 유념해야 할 다달의 할일을 노래한 조선 후기 농가월령가 삼월령의 한 부분이거니와 이처럼 이 작품에는 거의 매달 나물에 관해 일러주는 대목이 있다. 그만큼 나물은 우리네 주요 먹거리였다.
두릅 박쥐나물 고사리 곰취 벌개미취 고비 참나물 단풍취 수리취 병풍대 어수리 냉이 달래 쑥 씀바귀 돌나물 봄동 머위 산마늘 수영(산시금치) 원추리 유채 세발나물 섬쑥부쟁이(부지깽이나물) 삽주 미나리 명이… 우리 민족이 일찍부터 얼마나 많은 나물을 알고 먹어왔는지는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들 만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읽은 거지만, 어떤 산채 전문가는 우리나라 야생 산나물 종류를 480여 가지라고 소개할 정도다.
영양(英陽) 일월산(日月山)은 예로부터 산나물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1219m 준봉의 첩첩산중 청정 숲과 물과 공기가 길러낸 산나물이라면 나물 중에서도 가위 ‘명품’일 거다. 일월산 자락에서 지천으로 나는 산나물을 있는 대로 선보이는 ‘영양산나물축제’가 오늘부터 일요일인 오는 15일까지 나흘간 영양읍과 일월산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참가자들이 직접 산나물을 캐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고 다양한 산나물을 현장에서 시식도 할 수 있단다. 산간오지 여행으로 삶에 찌든 심신의 힐링도 하고 ‘보약’이라는 제철 산나물도 즐길 수 있다면 영양산나물 축제에 참가하는 일은 꽤 괜찮은 발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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