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바랭이 방동사니
마른 잡초향 물씬 풍기는
쓸쓸해서 더 살가운 시골 간이역은
기차가 오기까지 하릴없는 시간이
정지되었다
빛바랜 보자기를 무릎에 올려놓은
녹슨 철로의 받침목보다 더 깊게 주름진
할머니의 이마에 햇살이 흥건하다
때 절은 흰 깃발을 손에 쥔 역무원은
질펀한 시간이 겨운 듯 졸고 있다
이곳에선 사람들은 말이 없다
모두 어디론가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사람들은 부쩍 철이 든다
침적의 한 때에 젖어진 사색으로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기차처럼
인생도 짐짓 그러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고추잠자리가 길을 비킬 때
할머니의 휘어진 허리 같은 기차가 들어오면
간이역은 일순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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